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 산둥 타이산을 이끌고 있는 '봉동 이장' 최강희 감독이 경기 후 기자회견 도중 현지 기자와 고성 섞인 설전을 벌이며 거취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기력 부진으로 팬들의 불만이 거세지는 가운데, 경기 후 감정이 폭발한 최 감독의 발언이 중국 축구계를 강하게 흔들고 있다.
최 감독은 지난 5일 중국 윈난성 위시 고원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5 중국 슈퍼리그 1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승격팀 윈난 위쿤에 2-3으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뒤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불편한 질문에 고성을 쏟아냈다.
산둥은 전반 11분 시에원넝의 선제골과 전반 추가시간 제카의 추가골로 2-0까지 앞섰지만, 후반전 들어 3골을 연달아 실점하며 무너졌다. 이날 패배로 산둥은 최근 4경기에서 1무 3패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며 리그 5위(승점 17)로 추락했다. 선두 청두 룽청(승점 26)과는 격차가 9점까지 벌어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선수들과 코치진은 이번 부진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보나?"라고 묻자,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책임을 묻는 건 옳지 않다. 모든 책임은 감독인 내가 져야 한다"고 단호히 답했다.
하지만 다음 질문부터 분위기가 급격히 달라졌다. 한 기자가 "팀과 본인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최 감독은 다소 격앙된 어조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돌리지 말고 직접 말하라. 나에게 묻는 건가, 아니면 팀에 묻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홈과 원정에서 팬들이 '감독 사퇴'를 외친다"는 질문이 나오자 최 감독은 언성을 높이며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게 재밌어 보이나? 난 모든 질문에 성심껏 답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은 뭐하는 건가? 나는 언제나 가방을 싸고 다닌다. 빙빙 돌리지 말고, 묻고 싶은 게 있으면 똑바로 물어봐라. 지금 그게 질문이라고 생각하나? 웃겨? 어디 질문같지도 않은 질문을 하고 있어!" 등의 격앙된 답변을 쏟아냈다.
이에 당황한 기자가 "팀 패배가 내 책임이라는 건가?"라고 되묻자, 최 감독은 "당신이 이 팀의 구단주인가? 최종 결정권자인가?"라고 반박하며 기자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이어 "내가 책임질 준비가 돼 있고, 내 짐은 항상 싸여져 있다"고 말하며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감정 섞인 표현으로 답을 대신했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의 언쟁을 말리기도 했으며, 일부 매체는 최 감독이 기자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격한 언행을 보였다고 전했다. 소후닷컴은 "최강희 감독의 태도는 부끄러움도 책임감도 느껴지지 않는 행동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산둥 타이산 구단은 당일 밤 공식 SNS를 통해 팬과 언론을 대상으로 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구단은 "최근 부상과 전술적인 문제로 인해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드리지 못했다"며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코치진 및 선수단과 함께 문제를 면밀히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리그는 아직 19경기가 남아 있다. 팀은 '타이산 정신'을 되새기며, 남은 시즌 동안 팬들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전북현대의 전성기를 이끈 최강희 감독은 K리그에서 6회 우승, ACL 2회 우승을 이뤄내며 '봉동 이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지도자로서 강한 리더십과 조직력으로 정평이 나 있던 그였기에, 이번 중국 기자회견에서의 격한 반응은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한 축구 관계자는 "평소 냉철하고 신중하던 최강희 감독의 모습과는 상당히 대비된다"며 "그만큼 심리적인 압박이 크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전했다.
산둥 구단의 향후 결정에 따라, 최강희 감독의 중국 생활이 중대 분수령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