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땀 한 땀…마법같은 실의 향연, 이혜진 '한지에 수를 놓았어요'

이혜진 개인전 31일까지 기린미술관 2관
신윤복 월야밀회, 모란 화조도, 풍속도 등 작품 다양

이혜진 개인전 '한지에 수를 놓았어요' 포스터. 사진=기린미술관 제공 

 

규방의 영역에서 ‘자수’는 단순 노동 예술로 치부된다.

조선시대 양반집 규수들이 바느질을 통해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었던 것에서 비롯됐기에 ‘노동’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혜진 작가가 오색실로 한 땀 한 땀 수놓은 자수 작품들은 이러한 고정 관념을 완전히 깨고 ‘예술’로서의 작품으로만 존재한다.

장식성 강한 조선 시대 전통자수부터 작가의 감정과 생활상이 담긴 자수까지 마법 같은 실의 향연에 공간이 압도된다. 

이혜진 손자수 작가가 네 번째 개인전 ‘한지에 수를 놓았어요’를 통해 실과 바늘의 흔적들을 조명한다.

31일까지 기린미술관 2관에서 열리는 개인전에는 붓보다 섬세하게 담아낸 신윤복의 월야밀회부터 강렬한 색채가 돋보이는 모란 화조도, 조선시대 서민들의 일상생활이 엿보이는 풍속도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이혜진 '육화 연화문' . 사진=기린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는 단순히 전통을 재현하고 지나온 삶을 반추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가 아니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한지 손자수로 한지와 자수를 접목한 새로운 예술 영역의 작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이번 전시를 준비하게 됐다.

또한 각각의 작품에는 인간사의 다양한 감정과 생활상을 수놓았으며, 문양 하나하나에도 인간 생명의 순환과 희망, 행복 등을 기원하는 바람이 담겨있다. 

이혜진 '활쏘기'. 사진=기린미술관 제공 

이 작가는 “기존의 정해진 틀에 얽매이기 싫었다”며 “바늘이 천을 100만번 뚫어야 하는 자수의 단순 반복적인 작업에 매력을 느껴 기존 대상과 작품을 재해석하고, 스토리를 넣어 섬세하게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혜진 작가는 전북한지공예대전, 한국미술제전, 대한민국전통미술대전, 대한민국예술인대전, 충무공승모서화대전, 대한민국서법예술대전 등에서 대상과 특선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