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0을 바라보는 제자들이 100세 스승을 위해 이렇게 따뜻한 자리를 마련하다니 세상에서 이보다 더 값진 선물이 어디 있겠습니까.”
15일 낮 12시 전주 아중리 전라도음식이야기에서는 보기 드문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진안초 39회 졸업생들이 스승의날을 맞아 초등학교 6학년 때 은사님을 모시고 100세 잔치, 즉 상수연(上壽宴)을 열었던 것.
진안초 39회는 ‘8세 입학 기준’으로 1938년생들이어야 한다. 하지만 같은 학년에 한 두 살 어리거나 두 세 살 나이 많은 친구들이 뒤섞여 현재 졸수(90세)를 넘긴 동기들도 여럿이다.
이 자리에는 39회가 6학년이었을 때 4반 담임이던 신홍균(100) 전 교사(후에 교장을 지냄)가 초대됐다. ‘아직 원기 왕성한’ 39회 졸업생 9명이 시간을 함께했다.
전북애향본부 총재이자 재전진안군향우회장을 맡고 있는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반상석 전 정읍부시장, 송남오 전 진안부군수, 박종식 전 세무공무원, 장재익 전 교사, 조수환 전 행정공무원, 전용기 대한통운 이사, 주경만(이상 남자), 전진자(여자) 졸업생이 그들이다.
진안초 39회는 해마다 5월 15일이 되면 신 전 교장을 초대해 스승의날 모임을 가져 왔다. 그 연장선에서 치러진 행사였지만 이날 행사가 특별했던 것은 90세 전후의 제자들이 100세 맞은 은사를 위해 상수연을 열었기 때문이다.
9명의 제자와 한 명의 스승은 75년 전으로 돌아가 이야기꽃을 피웠다. 특히 나이 90넘은 제자들이 초등학교 은사님에게 오찬을 대접하고 카네이션 꽃바구니와 ‘감사의 선물’을 전달하며 진심을 담아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장면은 감동을 자아냈다.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은 “제 이름 가운뎃글자 주석석(錫)자를 쓸 때 ‘첫 획을 비스듬히 길게 해야 글자가 예쁘다’는 조언을 해 주셨다”며 “70년이 훨씬 더 흐른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반상석 전 정읍부시장은 “우리 초등학교 때는 일본군 말(馬)에게 줄 먹이인 마초를 학생들이 베어와야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며 “하지만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셔서 친구들이 모두 잘 됐다”고 했다.
송남오 전 진안부군수는 “당시엔 많은 친구들이 짚신을 신고 학교에 다닐 정도로 어려웠는데 우리 반 친구 중에 성공한 사람이 유독 많다”며 “최고 실력자인 선생님 덕분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종식 전 세무공무원은 “당시 선생님은 춤을 추는 걸 좋아하신 걸로 기억한다”며 “어린 우리에게도 춤추는 게 건강에 좋으니 춤을 배워두라 하셨는데 지금도 춤을 추시냐”고 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신홍균 전 교장은 ‘연로한’ 제자들에게 “긍정적 마음을 갖고 걷기, 스트레칭을 매일 하면서 식사를 거르지 않아야 남은 생이 즐겁고 건강할 것”이라며 “모두가 그렇게 하시라”고 조언을 마다하지 않았다.
신홍균 전 교장은 진안초 29회로 주로 진안, 전주, 서울, 완주, 임실 등지에서 교사, 교장, 장학사를 지냈다. 진안에서는 부귀초·진안초 교사, 수동초(폐교)·은천초(폐교) 교장, 교육청 장학사 등을 지냈다. 27세에 교장이 되면서 지역민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전주 평화초에서 정년퇴직했다. 47년 교육공무원 기간 중 진안에서만 32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