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솜리마을에 다시 시간을 걷는 길이 열리고 있다.
한때 ‘솜리’로 불렸던 익산 평동로(인화·주현동) 일대는 아련한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갈대숲에 숨어 있던 인가 10호 남짓이 전부였던 작은 마을은 1914년 동이리역이 생기고 열차가 지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리역 통계를 보면 승하차 인원만 16만 명에 이르고 오고간 화물은 약 28톤에 달한다. 호남 최고의 도매상들이 인근으로 몰리면서 미곡부터 잡화, 신문, 여관, 장신구, 화과자 등 근대 문물이 가득한 최고의 상업지역이 됐다.
익산시는 근대기의 상업과 생활, 저항과 생존이 응축돼 있는 유산과 흔적을 잘 정비해 ‘솜리마을’을 조성했다. 근대 문화유산의 숨결을 담은 살아있는 문화 체험 공간을 새롭게 선보인다는 취지에서다.
솜리마을은 단순한 전시형 공간이 아닌, 원도심의 역사적 자산을 기반으로 시민과 관광객이 직접 머무르고 체험하는 참여형 공간이다.
마을은 역사적 건축물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현대적인 쓰임을 더해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가장 큰 특징은 근대 건축물을 적극 보존·활용해, 그 자체로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 같은 공간이 됐다는 점이다. 현재 운영 중인 공간 대부분이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이후 형성된 건축물로, 오래된 공간이 새 숨결을 품고 있다.
1954년 형제상회로 쓰였던 ‘이사도라주단’ 건물은 이제 천연비누를 만들며 감각을 일깨우는 체험 공간으로 변신했다. 시간의 주름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곳은, 근대 상가 건축물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사도라주단 건물과 연결된 곳은 바로 옆 ‘새시대양품’ 건물의 다락이다. 한때 최고의 잡화점이었던 이곳은 이제 ‘속리카페’가 됐다. 향기로운 커피와 이야기가 흐르는 북카페가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한복 바느질로 번성했던 ‘바느질거리’의 흔적을 간직한 ‘포에버 매듭공방’도 있다. 당시 생활사와 거리 문화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곳으로, 끈기를 담아내는 매듭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오래된 골목 끝에는 독특한 감성의 숙소 ‘리스테이 익산’이 자리한다. 근대 문화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 공간은 일식 목구조 건물로 내부 바닥 장마루, 천장이 원형대로 남아있다. 또 마당의 프라이빗 풀과 야외 테이블로 반전 매력을 더한다.
이와 함께 1925년 건립된 전형적인 금융조합 건물인 ‘솜리문화금고(옛 이리금융조합)’와 1948년 설립된 화교 교육기관인 ‘항일역사관(옛 익산 중국학교 및 강당)’, 각 기관과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거점 공간인 ‘솜리문화의 숲’도 자리하고 있다.
시는 이 일대를 원도심 문화 거점으로 삼고, 창업·관광·문화가 어우러지는 ‘살아있는 역사 도시재생’ 모델로 키워간다는 방침이다.
정헌율 시장은 “솜리마을은 시간이 멈췄던 공간이 아니라, 기다리고 있던 공간이었다”며 “과거의 숨결 위에 새로운 삶을 입히는 이곳이, 익산을 대표하는 문화 여행의 중심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솜리마을 운영 주체인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는 공간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 금액 할인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 자세한 내용은 센터 누리집 또는 전화(070-4172-6467)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