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2차 이전을 두고 기존 혁신도시 집중 배치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분산 배치 사이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북혁신도시 내 기관들과 관련 인사들은 대체로 기존 혁신도시 중심의 집적화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 우세했다.
그러나 혁신도시 정책의 근본 취지인 국토 균형발전 관점에서는 다양한 지역에 공공기관을 분산 배치함으로써 발전 기회의 형평성과 현재 개발에서 소외된 지역들의 경제적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20일 전북일보 취재 결과, 업무 효율성과 시너지 창출을 위해 기관들의 집적화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부처 간 협업이 필요할 때 물리적 근접성이 협조와 진행 속도를 개선한다는 논리다. 기관들이 분산될 경우, 각 기관의 발전 계획과 지역 발전 전략 간 연계성이 약화돼 연쇄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현재 혁신도시 내 상가 공실률이 높은 상황에서 새로운 도시 조성은 최소 10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되는 현실적 문제도 제기됐다. 상대적으로 재정 여건이 약한 전북은 인프라 구축 속도가 타 광역단체보다 느릴 수밖에 없고, 더 작은 도시들은 도시 개발에 필요한 민간 투자 유치와 부대시설 확충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수도권에서 이주한 직원들에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으로의 추가 이전은 만족도를 더욱 저하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각 지역에 특화된 전략산업 육성이 더 효과적이라는 대안이 제시됐다.
혁신도시가 당초 목적대로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추가 조성보다는 기존 인프라를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금융 분야처럼 전문 인력 교류와 시스템 연계가 중요한 산업은 클러스터로서의 브랜드 가치 구축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혁신도시의 핵심은 단순한 지방 이전이 아닌 지역 내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산업 클러스터 형성을 위해 관련 기관과 기업들의 집적이 필요하며, 분산 배치는 단순 기관 이전에 그칠 위험성이 있다. 이에 제2혁신도시 신설보다는 전북혁신도시와 인근 지역을 연계한 확장형 구상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분산 배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상당했다. 전북혁신도시는 추가 개발을 위한 가용 부지가 제한적이며, 연구시설이나 실증단지와 같이 넓은 부지가 필요한 기능은 현재 구조에서 실현하기 어렵다는 공간적 제약이 지적됐다.
혁신도시 조성 10년이 지났음에도 교통 인프라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KTX 이용을 위해 많은 직원들이 전주보다 익산으로 이동하는 실정이며, 교통 여건이 더 열악한 지역으로의 혁신도시 유치나 기관 이전은 업무 효율성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는 점이 거론됐다.
주거 환경과 자녀 교육 문제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새만금 지역에 시설이 들어서면서 인력이 유입되었지만, 실제로는 교육 환경을 이유로 전주에 거주지를 마련하고 출퇴근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도 언급됐다.
전북혁신도시 기관장 출신의 한 인사는 "전북혁신도시에 추가 부지가 없어 인근 용지나 완주, 익산까지 확장된 혁신도시를 구상할 수는 있지만, 또 다른 혁신도시 조성은 실패 가능성이 크다"며 "지역 산업 육성을 위해 적합한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