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웅치전적지보존회(이하 보존회) 손석기 이사장이 지난 20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진안 부귀면 신정리 출신인 고 손석기 이사장은 생전 웅치전적지의 역사적 가치에 큰 관심을 갖고 전적지 보존 단체를 만드는 일에 앞장섰다. 웅치전적지는 손 이사장의 종중 밀양손씨 집성촌인 부귀면 세동리 신덕마을에 소재한다.
손 이사장은 생전에 보존회 설립 등 웅치전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보존회는 지난 2010년 사단법인 인가를 받았다. 2012년 6월 웅치전 호국선열을 위한 추모사당(창열사, 세동리 소재)를 건립했으며, 2017년엔 <웅치전사(이용엽 정리)> 책자를 발간하는 데 기여했다.
보존회와 진안군 등 관계 기관단체의 노력 결과, 웅치전적지는 2022년 12월 국가사적으로 지정됐다.
보존회는 현재 한 명의 사무국장(손종엽), 3명의 이사(우덕희·최규영·김동철)로 구성돼 있다. 이사장 자리는 공석이 됐다.
보존회가 사단법인이 되기 전, 지난 2000년까지 주민들은 임진왜란 때 격렬한 전투현장이라고 구전되는 지점(산 정상)에 올라 추모제를 지내왔다. 때론 마을회관이나 장승초 교정이 추모제 장소이기도 했다. 추모제 시작 시기는 알 수 없다. 다만 수백 년 됐을 것이란 구전이 있을 뿐이다.
지난 2001년부터는 웅치전순국선열추모제전위원회 주관, 진안군 후원으로 추모제를 봉행한다. 2023년부터는 전북도 주관으로 승전기념 추도식을 봉행하지만 신덕마을에서는 제전위원회 주관으로 ‘마을 고유 방식의 추모제’를 별도로 지낸다.
손종엽 사무국장은 손 이사장의 별세에 대해 “사료 등을 찾아내 전적지 탐구에 심취하는 등 보존회를 설립하고 지역 역사 자긍심 고취에 이바지하신 ‘큰 어른’이었다"며 “앞으로 그분의 역할을 누가 대신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1937년 진안 부귀에서 태어나 영생고, 건국대학교를 졸업했다. 1976년 3월부터 1990년 3월까지 14년간 부귀농협 제3~7대 조합장을 지냈으며, 신한국당무진장 사무국장, 진안문화원 부원장, 예비군중대장, 한국산림경영회전북지회장을 역임했다. 진안군민의장, 산림청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웅치전은 임진왜란 때 전라감영(관찰사 관사) 소재지 전주성을 점령하기 위해 웅치(곰티재)를 넘으려는 일본군에 맞서 조선관군과 의병 연합군이 결사 항전한 전투다. 일본군은 전주 안덕원까지 가까스로 진출했지만 웅치전 타격이 워낙 커 결국 퇴각해야만 했다. 사실상 승리한 전투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웅치전투는 임진왜란 3대첩에 더해 4대첩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약무호남 시무국가’란 말은 웅치전을 두고 이순신 장군이 평가한 말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