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 운봉고원, 높이뛰기 유망주들의 ‘비상(飛上)’… 전국소년체전 금빛 도약

유윤아(운봉중)·문예원(운봉초) 학생 높이뛰기 전국체전 금메달
지역사회·교육 당국 적극 지원...남원 다시 육상 메카로 자리매김

제5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높이뛰기 종목 금메달을 차지한 문예원(운봉초)·유윤아(운봉중) 학생이 박영수 남원교육지원청 교육장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남원교육지원청

지리산 자락, 남원 운봉고원에서 육상 꿈나무들이 하늘을 향한 힘찬 도약을 이어가고 있다.

21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남원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제54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사전경기로 치러진 육상 종목에서 유윤아(운봉중)·문예원(운봉초) 학생이 각각 높이뛰기 종목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 같은 성과는 최근 들어 주춤했던 남원 육상계에 다시 한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의미 있는 성과로, 금메달을 목에 건 두 선수는 모두 지리산 자락 운봉고원에서 성장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출신의 육상 꿈나무들이다.

유윤아 선수가 높이뛰기 훈련 중인 모습/사진=남원교육지원청

여중부 높이뛰기 금메달을 차지한 유윤아 선수(운봉중 2년)는 초등학교 5학년 2학기에 처음 육상을 시작한 뒤, 단 1년 만에 제4회 전국 초·중·고 학년별 육상경기대회에서 대회신기록으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어 중학교 입학 후 열린 제5회 전국 초·중·고 학년별 육상경기대회에서는 대회 타이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 소년체전에서도 금메달을 거머쥐며 유망주로 자리매김했다.

유윤아 선수는 키가 작다는 신체적 약점을 밝은 성격과 탁월한 탄력, 근력, 발목 힘으로 극복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유 선수는 “이번 소년체전 금메달로 자신감을 되찾게 됐다”며 “앞으로 우상혁 선수처럼 세계 무대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을 따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도해주신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작은 키라는 약점을 보완해 나갈 수 있도록 체력 훈련을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문예원 선수가 높이뛰기 훈련 중인 모습/사진=남원교육지원청

여초부 금메달을 차지한 문예원 선수(운봉초 6년)는 4학년 때 육상을 시작해 지난해 도민체전 금메달을 시작으로 제13회 전국초등학교 육상경기대회 동메달, 소년체전 금메달까지 휩쓸었다.

유연성과 탄력을 갖춘 전형적인 높이뛰기 체형의 문 선수는 향후 하체 근력과 스피드 보강을 통해 큰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다.

문예원 선수는 “처음엔 무섭고 어려웠던 높이뛰기가 이제는 재미있고 자신감도 생겼다”며 “우상혁 선수처럼 국가대표가 돼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박영수 남원교육지원청 교육장과 유윤아(운봉중)·문예원(운봉초) 학생, 김대경 운봉중학교 교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남원교육지원청

이번 대회 금메달은 단순히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뤄진 성과가 아니다. 

과거 운봉초 박영수 전 교장의 발굴과 지도가 있었고, 현재 한국체대 출신의 전문지도자인 배자권 코치의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이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렸다. 

특히 동계훈련 중 발목 부상과 정강이 통증 등 어려움을 겪었던 두 선수는 배 코치의 맞춤형 훈련으로 컨디션을 회복하며 금빛 도약에 성공했다.

여기에 교육 당국과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지원도 눈에 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난해 운봉초 운동장에 천연잔디와 우레탄 트랙을 조성하고, 전용 높이뛰기 훈련장을 마련했다.

이에 더해 공인된 고가의 장비까지 지원받아 시골 소규모 학교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최고 수준의 훈련 환경이 갖춰졌다. 예산확보 과정에는 이정린 도의원과 윤지홍 시의원의 노력이 더해졌다.

운봉지역은 해발 500M 고지의 고원지대다. 고원지대에서의 훈련이 심박 수 감소, 적혈구 증가, 심폐기능 향상 등의 효과를 낸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기에 운봉은 전통적으로 육상선수들이 많이 배출되는 지역 중 하나였다. 마라톤 종목 국가대표 형재형선수와 강순덕선수 등이 대표적인 운봉고원출신 선수들이다.

체육계에서는 해발이 높은 고원지대에 위치한 분지 형태의 이곳을 심폐 강화훈련 최적지로 보고 있다.

그렇기에 기상·기후 여건과 사통팔달의 교통으로 운봉지역은 과거부터 육상뿐만 아니라 테니스와 축구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선수들의 전지훈련장으로 주목받았다.

남원에서 이번 소년체전 육상경기에 참가한 선수는 모두 13명. 이들 모두가 전국 입상자는 아니지만, 자신의 한계를 넘기 위한 치열한 도전과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사회와 교육 당국이 힘을 모아 이들을 지속적으로 육성해간다면, 남원이 다시금 육상 메카로 자리매김할 날도 머지않았다.

박영수 남원교육지원청 교육장 “운봉고원을 중심으로 이뤄낸 이번 성과는 지역 체육교육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소중한 결실입니다. 앞으로도 학생선수들이 안정적으로 훈련하고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고 말했다.

배자권 운봉초·중학교 코치/

남원 운봉초등학교·중학교의 배자권 코치는 이번 제5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여초부와 여중부 높이뛰기 금메달을 동시에 이끌어내며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증명했다.

배 코치는 전북체육고등학교와 한국체육대학교를 졸업한 정통파 높이뛰기 선수 출신으로, 선수 시절 전국을 제패하며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지도자로서의 경력은 비교적 짧지만, 선수에 대한 날카로운 안목과 세심한 기술 지도력을 바탕으로 짧은 기간 내에 선수들의 기량을 눈에 띄게 끌어올렸다.

짧은 지도 경력에도 불구하고 선수에 대한 날카로운 안목과 세밀한 기술 지도력으로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일궈내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 여초부 경기는 금메달 순위를 결정짓는 치열한 접전 양상으로 진행됐으나, 배 교사의 침착한 경기 운용과 격려 속에 문예원 선수는 흔들림 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배 코치는 “초등선수들은 아직 성장기이기 때문에 체력과 기술 사이의 균형을 무엇보다 중시했다”며 “중학생 선수에게는 보다 전문적인 기술훈련을 중심으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말과 휴일도 마다하지 않고 훈련에 매진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앞으로도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은 물론, 선수 개개인의 인성과 인격까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