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 육상양식 시대’, 바다의 한계를 넘는다

나정호 전북연구원 지역혁신정책실 책임연구위원

누구도 가지 않은 바다 위에 길을 내는 사람은 언제나 두려움과 불확실을 안고 나아간다. 하지만 그 첫걸음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이정표가 되곤 한다. 지금 전북특별자치도가 추진하는 ‘김 육상양식’은 기존의 바다양식 방식을 넘어, 환경과 생산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새로운 도전이다. 전통을 뛰어넘는 이 과감한 전환은 지속가능한 수산업의 미래이자, 대한민국 산업 구조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2024년 김 수출액은 약 9억 9,700만 달러에 이르며, 우리나라 수산식품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통적인 바다양식은 고수온, 황백화, 영양염류 고갈 등으로 인한 환경 위험에 취약하고, 생산 시기도 5~6개월로 제한되어 예측 가능성과 품질 유지에 어려움이 따른다.

반면, 육상양식은 생육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연중 생산이 가능하고, 품질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다. 친환경적이면서도 고부가가치 창출에 유리해 수출 경쟁력 확보에도 강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김 육상양식은 최근 수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우리나라 최초로 해양수산부의 김 육상양식 R&D 공모사업 주관 지자체로 선정되며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산·학·연·관 협력 체계를 기반으로 종자, 유엽, 물김 생산까지 이어지는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며 산업화의 기반을 착실히 다지고 있다.

김 육상양식은 단순한 기술 전환을 넘어, 김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지역경제 활성화, 식품 안전성 확보, 기후변화 대응까지 아우르는 중요한 변화이다. 수산업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는 김 육상양식 산업화 실증단지 조성, 창업캠퍼스 운영, 민간투자 유치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실행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기존 바다양식 종사자들과 연계하여 사회적 수용성과 산업 안정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기술개발에 더해 제도 정비, 인력 양성, 수출 전략 고도화 등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 지자체, 민간이 함께 협력하는 체계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김 육상양식의 표준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킬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청년과 귀어귀촌 인재 육성을 통해 새로운 수산업 인력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도 힘을 모아야 한다.

김 육상양식은 지역 산업의 미래 전략과 연결된다. 앞으로 스마트양식 기자재, 친환경 포장, 기능성 식품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수산업의 발전을 넘어, 전북형 김 산업 생태계 조성과 청년 일자리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전북자치도는 새만금과 연계한 물류·유통 인프라를 활용해 생산에서 가공, 수출까지 이어지는 통합적인 산업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러한 강점은 전북자치도가 국내를 넘어 세계 수산식품 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실질적 기반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산업은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 지금의 도전은 단지 한 지역의 변화가 아니라, 수산업 전반의 미래를 다시 그리는 일이다. 김 육상양식 시대는 바다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여정이다. 그 출발점에 선 전북자치도가 이 흐름을 주도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K-김’ 산업의 중심지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나정호 전북연구원 지역혁신정책실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