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밤이 저물고, 희망의 새날이 밝았다. 대한민국은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라는 지난한 혼란과 혼돈의 늪에서 나와, 거꾸로 폭주하던 역사의 수레바퀴를 온 힘으로 멈춰 세웠다. 반복되는 탄핵과 조기대선은 불행이지만, 훼손된 헌정질서와 상처받은 민주주의를 바로 잡은 회복력은 우리의 단단한 저력이기도 하다.
이제, 다시 대한민국은 길을 찾아야 한다. 눈 앞에 과제가 산적하다. 계엄으로 마비됐던 국정의 실타래를 풀고, 대외적으로 추락한 국격과 위상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정치·경제·외교안보 등 사회 곳곳에 짙게 낀 불확실성이라는 안개를 걷어 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건 무능과 실정으로 멈춰 선 경제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일이다. 0%대 저성장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안고 시작한 이재명 정부가 잠재성장률 3% 달성 목표의 성장 기조로 항로를 정했다. 소상공인 어깨 위 무거운 짐을 나누고, 꽁꽁 언 가계의 지갑을 열고, 골목마다 돈이 돌 수 있도록 2차 추경이 시급하다. 질과 양, 속도라는 토끼를 모두 잡아, 메마른 땅을 충분히 적셔 회복과 성장의 새싹을 틔워야 한다.
국민의 엄중한 명령을 받들어 정의를 회복해야 한다. 두 번 다시는 이 땅에 내란의 망령이 서성이지 못하도록 내란을 완전히 종식하고, 무너진 민주주의의 기반을 더욱 굳게 다져야 한다. 내란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이 통과된 만큼 국민 앞에 그날의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것이 탄핵으로 두 쪽 난 분열을 봉합하고, 최소한의 정의를 회복하는 길이다.
거부권 정치에는 마침표를 찍고, 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 ‘쌀값 정상화법’으로 식량안보의 주춧돌인 농민의 목숨값을 지키고,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법’으로 서민경제의 뿌리를 살려야 한다. 민생법안에 덧칠했던 정쟁의 덫을 거둬내고, 국민의 삶에 진정 필요한 제도가 선한 목적대로 작동될 수 있는 촘촘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청산이나 보복이 아닌, 협치와 정치의 복원도 시급하다. ‘지나간 악의 크기가 아니라 미래에 다가올 선의 크기’가 중요하다. 지난 겨울은 정치의 힘을 믿는 이에게조차 참으로 혹독한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사람을 살리는 힘은 결국 정치에서 나오기에, 정치는 국민의 삶을 살리는 유용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 국가의 공동선을 확장하고, 국민의 내일을 키우는 일에 여야가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총성 없는 국제전쟁 속 몇 겹의 치밀한 전략 마련도 필요하다. 안보와 무역을 연계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고율 관세 외에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 주한미국 감축이나 세계무대에서의 새로운 역할을 요구해올 수 있다. 격랑의 파고에서 중심을 잡고, 대한민국의 지위와 주도권을 지켜내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모든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건 실용과 실력이다. 순간이 지나면 사라질 무용한 위로가 아닌 실리적인 하나, 하나의 정책이 국민을 어제보다 나은 내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 잘 포장된 그럴듯한 장밋빛 전망보다, 실재의 날것이 갖춘 구체성이 국민에겐 더 절실하다.
정부가 성공해야 국민도 안녕하다. 국민주권정부의 닻을 올린 이재명 정부가 목적지까지 순항할 수 있도록 기항지를 만들어야 한다. ‘정의로운 통합정부, 유연한 실용정부’의 성공을 향해 함께 뚜벅뚜벅 나아가야 할 시간이다.
박희승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남원장수임실순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