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거처에서 나는 행복했고
너라는 안식을 얻어 나는 더 괜찮아졌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 ‘우리’란 관계에서 내가 누구에겐가 두 사람의 한쪽인 ‘나’를 떠올린다. 한 알의 씨앗에서 둘이 보이고, 마른 가지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여린 초록빛에서 둘이 피어난다. 찔레꽃 꽃봉오리에서도 서로 껴안은, 오므리고 꼭꼭 부둥켜안은 둘의 향기를 맡는다. 서로 고통과 슬픔을 쪼개어 나눌 수 있는 든든한 동행이 부럽다. 고통을 버티거나 아픔에 대한 희망이 아침 이슬방울만큼 있어도 둘은 태양으로 보인다. 둘의 힘. 절망적인 소금사막에서도 ‘우리’가 ‘행복’한 감정을 공유했다면 온 세상을 껴안은 시가 존재한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