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지자체의 ‘재미 경쟁’

‘더 재미있게, 더 독특하게 만들어라.’ 지방자치단체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홍보 경쟁이 치열하다. ‘충주맨’으로 잘 알려진 충북 충주시의 성공사례에 힘입어 전국 각 지자체들이 유튜브·인스타그램 같은 SNS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전담 인력을 뽑고 3D 캐릭터를 만들어 활용하는 곳도 적지 않다. ‘공공정책 홍보에서 SNS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게 지자체의 반응이다. 전북지역 지자체들도 너도나도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개성 있는 젊은 공무원들이 직접 출연해 스타일을 구기면서까지 이색 콘텐츠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지자체장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화제성 경쟁이 치열하다.

관심이 커질수록 우려도 커진다. 지나치게 재미를 추구하면서 자칫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무리수를 둘 수 있고, 거액이 들어가는 유명인 마케팅 경쟁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명 연예인이나 인기 유튜버를 초청해 지역과 지역 행사를 홍보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양날의 검이다. 신중해야 한다. 해당 인물의 영향력에 힘입어 큰 홍보 효과를 거둘 수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부정적 파급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미보다 신뢰가 먼저여야 한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홍보채널에 주민들이 방문하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과연 재미있는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일까? 온라인 정보 홍수 시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물론 그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한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조회수 경쟁에 매몰돼 내용보다 ‘B급 감성’과 재미에 치중한다면 오히려 부정적 이슈로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지난 2023년 전북도가 1000만원의 제작비를 들여 공식 유튜브에 게시한 ‘아태 마스터스대회 홍보 영상’이 그렇다. ‘모태솔로인 중년 남성이 마스터스대회 참가를 통해 열 살 어린 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는 내용의 코믹 영상물이다. 당시 전북도는 대회 참가자 모집을 위해 재미있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상을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고 국제대회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거센 비난만 받아야했다.

SNS 홍수시대, 조회수에 집착한 자극적인 콘텐츠 경쟁에 수용자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지나칠 정도로 재미와 화제성을 추구하고 있고, 여기에 진짜 같은 가짜 AI 영상까지 쏟아져 나오면서 혼란스럽다는 하소연이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이런 무한경쟁에 지자체까지 가세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렇다고 정해진 격식에서 벗어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권위적이고 딱딱한 방식의 시정 홍보가 아닌 우리 동네 이야기와 주민에게 유용한 생활정보를 재미있게 알려 시민의 공감을 얻는다면 훨씬 효율적인 소통수단이 될 것이다. 다만 다른 지자체와의 경쟁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SNS 채널에 매달린 것처럼 쓸데없는 ‘재미 경쟁’, ‘조회수 경쟁’에 매몰돼 기본을 망각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자는 것이다. 과하면 탈이 난다.

/ 김종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