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이슈+] "와르르 무너질까 걱정"⋯마을에 '우뚝'선 폐건물이 불안하다

완주 후상마을 한때 고시원이던 8층 건물, 30여 년 가량 흉물로 방치
주민들 "외벽 떨어져 폭발 일어나기도…안전이 가장 걱정" 대책 호소
개인 채무로 도망간 건물주, 채무 갚기 전엔 철거도 어려워 '발만 동동'

완주군 삼례읍 후상마을에 세워진 8층 규모 폐건물. 30여 년 동안 빈 상태로 방치됐다. 오세림 기자

"흉물, 흉물이죠. 무너질까 봐 걱정도 돼요."

지난 18일 찾은 완주군 삼례읍 후상마을의 한 폐건물. 지하 1층, 지상 8층에 달하는 높은 건물은 주택가 사이에 우뚝 선 모습이었다.

건물 외벽은 관리가 안 된 탓에 색을 잃어버린데다 햇볕까지 바래 황폐화한 상태였다. 창틀은 뜯겨 나가고 군데군데 페인트가 벗겨져 오랜 시간 빈 공간이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집집마다 꽃이 피어 있는 조용한 동네에 버려진 건물은 따뜻한 주변 분위기와 유독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해당 건물은 30여 년 전 대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되던 고시원이었다. 마을 주민 등 여러 증언에 따르면 당시 새 건물인데다 임대료가 저렴해 인기를 끌었다. 주민들 역시 마을의 유일한 고층 건물을 오가는 학생들을 보며 잘 운영되는 줄 알았다.

바깥 창문으로 들여다 본 폐건물 내부. 오랜 시간 관리 받지 못해 벽지가 뜯기고 철골이 무너져 있다. 문채연 기자

문제는 건물주가 개인 채무를 견디지 못하고 공사를 중단하면서 발생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은 냉장고를 시작으로 씽크대, 창틀, 문짝까지 값 있는 물건이란 물건은 모조리 뜯어갔다. 건물이 폐허가 된 것은 순식간이었다. 

폐허가 된 고시원은 해가 지날수록 마을의 시한폭탄이 됐다. 건물이 비어 있다는 사실을 안 외부인들이 건물에 불법 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청소년이 빈 건물에 무단 침입해 술을 마시다 적발되기도 했다. 폐가 체험·영화 촬영 등을 이유로 건물에 침입한 외부인이 밤늦게 소음을 일으키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때부터 주민들은 안전이 우려됐다. 이영자(72) 후상마을 이장은 "건물 지하에 수도가 터졌는지 물이 잔뜩 고여 있다. 아무런 안전 장치가 없고 폐건물이다 보니 거기서 술 먹고 노는 애들이 빠져 죽으면 진짜 아무도 모르게 생겼다"면서 "시끄러운 것도 문제지만 거기서 사고라도 날까 봐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이 이장은 지난 2023년 완주군과 건물주를 찾아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당시 건물주는 건물과 건물주에 잡혀 있는 채무가 1억 9000만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채무를 대신 갚으면 건물의 소유권을 넘기겠다고 주장했지만 금액을 지불하고 소유권을 가져 온다고 한들 철거 비용이 문제였다. 고층부터 차례대로 철거해야 하는데 주변 주택이 따닥따닥 붙어 있어 철거도 쉽지 않고 비용도 상당했다.

주민들과 완주군이 설치한 슬레이트 판·경고문. 불법 침입 시 민·형사상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문채연 기자

결국 완주군·마을은 철거를 포기했다. 임시방편으로 폐건물 입구에 불법 출입을 막기 위한 파란색 슬레이트 판을 덧댔다. 불법 침입이 적발되는 경우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내용의 경고문도 함께 붙였다. 슬레이트 판을 붙인 후 외부인의 출입은 끊겼지만 폐건물로 인한 위험은 여전한 상황이다.

건물이 노후화하며 외벽에 붙은 나무판자, 장식물 등이 떨어졌다. 폐건물 바로 옆에 붙은 이 이장의 집에는 나무판자가 떨어져 장독대가 깨질 정도였다. 바로 뒷집은 가스통이 지붕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 이장은 "건물이 하도 오래돼서 판자 같은 게 계속 떨어졌다. 의용소방대가 출동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나무판자, 장식물은 조치를 취하는 등 외벽을 한 차례 정리했다"며 "당분간은 괜찮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안한 게 사실이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