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9일, 제45대 전북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로 취임한 노홍석 부지사는 중앙과 지방을 두루 경험한 정책 전문가다. 노 부지사의 부임은 단순부임이 아닌, 전북의 미래를 다시 세우는 의미 있는 출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 부지사는 전북의 오늘을 냉정히 진단하면서도, 과거를 존엄하게 되새기고 있다. 그는 “1960년대만 해도 익산, 정읍, 김제는 전국 20대 도시에 이름을 올릴 만큼 전북은 전국적 중심지였다”며, “그러나 산업화와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대한민국의 정책은 수도권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설계됐고, 전북은 그 과정에서 조용히, 그러나 묵묵히 국가 발전을 위한 희생을 감내해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결코 과언이 아니다. 해방 직후인 1949년 약 2050만 명이던 대한민국의 총인구는 올해 기준 5168만 명으로 3000만 명 넘게 증가했다. 그러나 전북은 이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같은 기간 전북 인구는 오히려 31만 명이 줄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감소한 지역이 됐다. 1960년대만 해도 전북 인구는 250만 명을 넘기며 익산, 정읍, 김제 등이 전국 20대 도시에 포함됐지만, 이후 수도권·영남권 중심의 정책과 일자리 부족 속에 지속적인 인구 유출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1990년대에는 200만 명 선이 무너졌고 결국 180만 명 선도 붕괴됐다.
노 부지사는 이 같은 통계를 ‘전북의 침체’가 아닌 ‘국가를 위한 헌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국가가 그 헌신에 응답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그의 말에는 단순한 비전이 아닌, 오랜 정책 경험과 현장 감각이 녹아 있다. 전북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반드시 열어야 할 미래를 관통하는 노 부지사의 정무, 행정적인 관점과 철학을 들어봤다.
-취임하신지 한달이 됐습니다. 소회가 어떠신지요.
"지난해 8월 행정안전부 균형발전지원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다시 전북으로 돌아온 시간이 9개월이었습니다. 연가를 마치고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돌아보면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전북은 거대한 변화의 흐름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대광법 개정, 전주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도시 선정 등은 전북이 더 이상 주변이 아닌, 중심에 서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이제는 그 변화가 도민의 삶으로 연결되도록, 체감할 수 있는 행정, 실행 중심의 정책에 집중할 시기라 생각합니다."
-전북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파고가 더는 미래의 위험이 아닌, 현재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1960년대 250만 명이던 전북의 인구는 지금 170만 명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고, 이 추세라면 전북의 자립성과 지속가능성 모두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권한과 재정, 기능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현재의 구조를 지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일이 가장 시급합니다. 전북은 지난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통해 독자적 비전과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갖췄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틀을 알차게 채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가는 일입니다."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가 중요한 전북 현안입니다. 이에 대한 구상과 현재 상황을 설명해주신다면.
"누군가는 이 도전을 무모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절박함은 힘이 됩니다. 우리는 강력한 경쟁 상대인 서울을 넘어서 국내후보도시로 선정됐습니다. 그것은 전북의 뚝심이 만든 결과입니다. 전주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회복력과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세계에 전하는 무대가 될 것입니다. 전북은 K-컬처의 본거지이자, 신재생에너지 분야 전국 1위의 성과를 가진 도시입니다. 올림픽의 국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기반도 착실히 준비하고 있으며, 정부의 국가적 지원 체계와 맞물려 유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도민 중심 행정’을 실천하기 위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정책은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도민의 삶 한가운데로 들어가 목소리를 듣고, 이를 도정에 반영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행정입니다. 그래서 저는 취임 후 한 달간 도내 현장을 직접 발로 누볐습니다. 삶의 결이 느껴지는 곳에서 행정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가늠하고자 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도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정책에 녹여내는 열린 행정을 이어갈 것입니다."
-최근 전북도청 공직기강 문제도 제기되고있는데, 청렴성과 행정 투명성을 위한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청렴은 선택이 아니라, 공직의 기본입니다. 행정의 신뢰는 청렴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도민과 약속한 행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공직 내 청렴 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내부의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며, 행정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가겠습니다. ‘신뢰받는 전북’이라는 말이 구호가 아니라 현실이 되도록, 도청 내부부터 바꾸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북도민과, 전북일보 독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도민 여러분, 행정은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참여가 전북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저는 도민의 삶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보며, 가장 빠르게 응답하는 행정을 펼치겠습니다. 전북의 길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되도록, 현장에서 도민과 함께 그 길을 열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전북자치도는 여러분과 함께 전진하겠습니다."
●…노홍석 전북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는
노홍석 부지사는 임실 출신으로 전주 상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 제1회 지방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뒤, 전북도 투자유치과장·정책기획관·전략산업국장 등을 두루 거치며 전북 핵심 산업과 예산 확보, 정책기획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이후 행정자치부 지역경제과장, 기획조정실 혁신행정담당관, 지방자치인재개발원 기획부장, 행정안전부 균형발전지원국장을 역임하는 등 중앙과 지방을 아우르는 탄탄한 경력을 바탕으로 중앙과 지방 행정의 전문성과 추진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조직 내에서는 실무형 리더십과 현장 중심의 기획력으로 신뢰가 두텁고, 주요 현안에 있어선 정무 감각과 정책 조율 능력 모두 탁월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노 부지사는 “도정의 중심은 도민이며, 전북의 미래는 현장에 있다”며 “청렴하고 실효성 있는 행정을 통해 도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