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가 없는 돈) ‘가공수입’을 넣어서 작성한 것과 다름 없네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진안군이 작성해 진안군의회 제300회 정례회 예결특위에 제출한 추경 예산안과 관련해 “수질개선특별회계 부분의 순세계잉여금에 적시된 금액이 지난해 본예산과 불일치한다”는 질문에 대해 A씨가 보인 반응이다. A씨는 국가예산과 지방예산을 다루는 예산 전문가다.
이 부분이 잘못됐다는 사실은 지난 18일부터 열리고 있는 군의회 예결특위에서 드러났다.
‘2025년도 제2회 추경 예산안’ 특별회계 내 ‘수질개선특별회계 전체 세입 총괄표’의 첫째 쪽(예산서 407쪽) 하단 부분의 순세계잉여금 부분이다. 이 부분은 예산서 412쪽 중앙 부분의 환경과 순세계잉여금과 연동된다.
이들 두 곳에는 공히 9억 6445만 4000원이라는 숫자가 적시돼 있다. 이것이 틀렸다는 지적이다. 이곳에는 원칙적으로 본예산 기정액 5억 3000만원을 넘어선 액수가 적시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 A씨의 의견이다. 이 부분의 지난해 결산액은 5억 1445만원이다. 지난해 결산액과 추경예산 사이의 차는 ‘0(영)’에 수렴할수록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난해 결산액과 추경예산 사이에는 4억 5000만원가량의 차이가 난다. 이러한 사실이 의회의 자체 검토에서 발견된 것이다. 순세계잉여금이 4억 5000만원가량 부풀려 적시됐다는 의미다. 부풀려진 금액(세입)에 대해서는 예산총계주의원칙에 맞춰 지출(세출) 항목까지 상세히 정해져 있다.
군의회는 지난 18일 주영환 부군수를 특위에 출석시켜 이를 따져 물었다.
예결특위 손동규 위원장은 순세계잉여금을 과다 편성해 예산안을 작성한 것에 대해 “이건 건전재정 원칙에 반한다”고 질타했다.
그러자 주영환 부군수는 “1차적 잘못은 예산을 올린 환경과와 상하수도과에 있고, 2차적 잘못은 각 과목 간 회계별 총액을 검토하지 못한 예산총괄부서에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위법 여부를 묻는 전북일보의 취재에는 “위법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주 부군수는 잘못된 것에 대한 해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순세계잉여금(세입) 과다 편성 액수만큼을 의회가 삭감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추경안을 그대로 통과시킨 후 연말 ‘정리 추경’ 때 올해 예산 불용액을 조정해서 추후에 예산액을 꿰맞추는 방법이다.
이에 대해 군의회 일각에서는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 의회가 뒤처리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냐”라며 “이런 식이라면 무슨 예산이든 잘 세울 필요가 없고, 대충 세웠다가 정리 추경 때 모든 것을 맞추면 되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의회 일각에서는 “곳간 관리자가 근거 없는 ‘유령 숫자’를 적시해 놓고도 장부 부실기재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격”이라며 “부실 작성 당사자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소리를 높이고 있다.
예산전문가 A씨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집행부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별일 아닌 것처럼 대응하는 것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