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군의회 예결특위가 제2회 추경예산안을 심사하고 있는 가운데 소위 ‘힘 있는 부서’의 하나로 꼽히는 기획홍보실 예산팀의 ‘힘 자랑’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산팀이 시급한 민생은 뒷전에 미뤄두고 소비성 예산만 살뜰하게 챙겼다는 것.
이와 관련, 지난 19일 열린 특위에서 거론된 것은 용담면 송풍리 방화마을의 진출입로 확포장 예산(용역비)이다. 이 부분이 제2회 추경 예산안에 미반영됐다는 것이다. 반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군청사 장식 조명(1회용)은 버젓이 예산안에 올렸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방화마을은 송풍저수지를 기준으로 윗동네와 아랫동네로 나뉜다. 이날 특위에서 문제 삼은 것은 윗동네로 향하는 진출입로 확포장 건이다. 이곳 확포장은 11가구 주민의 숙원사업이다.
당초 실무부서인 건설교통과에서는 제2회 추경 예산안에 이곳 확포장 사업비 반영을 요청했다. 하지만 기획홍보실 예산팀에서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예산은 군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것으로 시급성과 당위성 면에서 최우선적으로 반영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윗동네의 진출입로는 총 800m가량이다. 차량 한 대가 겨우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폭이 좁고 굴곡이 심한 데다 가드레일까지 없어 곡예 운전을 해야 한다. 결빙기 통행 차량이라면 사고 위험을 각오해야 한다. 특히 저수지변 따라 이어지는 550m 구간은 미끄러지거나 전복될 경우 차량과 함께 통째로 ‘수장’될 위험까지 존재한다. 실제로, 미끄러졌지만 다행히 나무 둥치에 차량이 걸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경우가 있었다.
그동안 이 길은 확포장을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었다. 인접 임야 소유주의 토지 보전 의지가 워낙 강해 토지 사용 승낙을 받아 내는 게 요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지난해 하반기 이 문제가 해결되면서 확포장의 법적 요건이 갖춰졌다. 이에 따라 실무부서인 건설교통과가 확포장 용역비 2000만원을 이번 제2회 추경에 반영해 달라고 예산팀에 요청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지난 19일 특위(재무과 예산설명회)에서 이명진 의원은 “예산팀의 힘이 너무 강력하다. 네팔과 부탄 수준의 교통 민생을 이렇게 외면해도 되나”라고 나무랐다. 그러면서 “군청 장식조명 예산은 4000만원이나 편성하면서도 주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예산 2000만원을 배제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질타했다.
한편, 교통 불편 말고도 그동안 방화마을 주민들은 인터넷과 휴대폰 사용이 어려운 통신 ‘먹통’ 상태로 살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먹통 매듭은 한 방에 해결됐다. 매듭을 풀어낸 사람은 바로 이명진 군의원. 이 의원은 ‘통신 먹통’ 소식을 접하자마자 지체없이 KT북전주지사를 찾아가 특유의 저돌성으로 주민숙원임을 강력히 호소, 인터넷 설치 약속을 받아 냈다. 그런 다음, 내친김에 해당 토지주와 접촉해 토지사용승낙을 받아내는 일까지 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화마을 문동일 이장은 “윗동네 인터넷 설치, 토지사용승낙은 어떤 선출직도 못 해낸 일”이라며 “군청 실무자에게 미뤄버리면 그만인데 네팔 부탄 수준의 주민 어려움을 마치 자신의 일이나 되는 것처럼 발로 뛰어 해결해 주신 의원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재길 기획홍보실장은 재무과 추경예산 질의응답 자리에 출석해 “행정이 할 일을 대신해 준 의원님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