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마을의 쇠락, 공동체의 위기

마을이 무너지고 있다. 공동체의 위기다.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도시를 점령하면서 전통적인 의미는 퇴색했지만 마을은 여전히 경제·문화·환경·교육·생활기반 등을 공유하는 우리 사회 기본 공동체다. 지역 문제를 주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힘을 모아 해결하는 마을공동체 활동도 이어졌다. 아이를 함께 키우는 육아·교육공동체를 비롯해서 에너지공동체, 아파트공동체, 마을기업 등 형태도 다양하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정부가 마을 복원과 공동체 활성화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지원정책을 추진했다. 지역소멸과 아동·노인 돌봄, 소외와 차별 등의 사회적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 해결책으로 마을공동체의 역할에 주목한 것이다. 각 지자체에서도 속속 조례를 제정해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을 펼쳤다. 마을 만들기 사업, 공동체 활성화 사업은 읍·면지역의 경우 농어촌 활력사업, 도시지역은 도시재생사업 명목으로 추진됐다. 또 상당수 지자체에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와 같은 전담기구를 설립·운영했다. 

그런데 지금 마을이, 마을공동체가 활력을 잃었다. 꼭 인구감소 때문만은 아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방향이 확 달라졌다. 공동체 복원, 도시재생에서 도시개발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인 2012년 설립된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는 2022년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가 폐지되면서 10년 만에 운영이 종료됐다. 전주시도 마찬가지다. 민선 8기 조직개편에서 ‘공동체 육성과’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이처럼 정치적 이해와 자치단체장의 철학에 따라 마을 조례가 일방 폐지되거나 공동체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마을공동체의 지속성을 법률로 보장하자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지난 3월에는 민주당 박정현 의원이 ‘마을공동체 활성화 기본법’을 대표 발의하고, 국회에서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토론회를 열면서 관심이 쏠렸다.

법률 제정 여부를 떠나 마을 복원, 공동체 활성화 사업은 주민들의 주체적·자발적 참여가 관건이다. 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마을미디어의 역할도 크다. 내 삶과 밀접한 이야기를 다루는 마을미디어를 통해 마을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수시로 접하면서 지역과 사람을 잘 알게 되면 마을에 관심이 생겨서 주민 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전주에서는 지난 2019년 창간된 ‘덕진동마을신문’이 눈길을 끈다.

지역소멸은 마을에서 시작된다. 마을공동체가 활력을 잃고 무너지기 시작하면 지역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희망의 불씨는 마을에서 지펴야 한다. 새 정부의 도시 정책, 지역공동체 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주민들이 동네 자원을 활용해 함께 만든 마을기업에 생기가 돌고, 아파트에서 수시로 나눔장터가 열리고, 엄마들이 모여 운영하는 육아·교육공동체에 아이들이 북적이는, 그리고 이런 소식을 주민들이 마을미디어를 통해 직접 알려주는 활기찬 우리 마을을 기대해 본다. 

/ 김종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