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확산되고 있는 식자재마트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대형마트 규제를 우회한 편법 운영으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자유시장 원리에 따라 소비자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편법 운영 속 지역경제 잠식
식자재마트가 유통산업발전법의 허점을 악용해 대형마트 수준의 규모로 운영하면서도 각종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은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3000㎡ 이상)와 준대규모점포(1000㎡ 이상 3000㎡ 미만)에 출점 제한,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일을 부과한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은 법적으로는 1000㎡ 이하 소매점으로 신고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대형마트 규모로 운영하는 방식을 택한다.
대표적인 수법이 '분리 운영'이다. 두 개 동의 건물을 내부 통로로 연결해 하나의 대형 매장처럼 운영하는 것이다. 각 동의 면적은 규제 기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계산대는 하나로 통합 운영된다.
이러한 편법이 만연한 배경에는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 운영이 있다. 사업자 등록만으로 영업이 가능해 지자체의 관리감독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건축법상 건물 간격을 조금만 띄워도 별개 건물로 인정받아 규제 회피가 용이하다. 지자체 역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식자재마트를 규제할 경우 발생하는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관리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다.
무분별한 식자재마트 확산으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이 생존 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역 상인들의 소량 구매와 달리 식자재마트는 대량 구매와 전국 네트워크를 통한 물량 순환으로 절대적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
지역경제 공동화도 심각하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수익은 지역 내 재소비로 이어지지만, 광주 등 타지역 업체인 식자재마트는 수익을 본사로 유출시키며 지역경제 순환구조를 훼손한다.
△합리적 가격과 편의성으로 소비자 호응
식자재마트의 장점은 경제적 부담 완화다. 물가 상승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에게 기존 유통업체 대비 저렴한 가격은 가계비 절약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품질과 편의성 측면에서도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 전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 공급 시스템은 일정한 품질을 보장한다. 전통시장의 불안정한 재고와 품질 편차와 달리, 체계적 품질관리와 냉장·냉동 시설로 쾌적한 쇼핑 환경을 제공한다.
식당 운영자들에게는 필수 식자재의 안정적 공급이 큰 강점이다. 신선식품부터 냉동식품까지 원스톱 구매가 가능해 시간 절약 효과가 크다. 과거 특정 지역에서만 구할 수 있던 특산품과 특수 식자재를 전국 어디서나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된 점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경제 관점에서 식자재마트 성장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견해도 있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 사업할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며, 소비자 선호를 단순 규제로 차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논리다. 편의점 급성장 당시처럼 시장 경쟁 낙후를 이유로 규제를 요구하는 것은 논리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반박이다.
대형마트와 달리 개인 사업자 운영이어서 정부 규제 방법도 제한적이다. 주식회사 형태의 대형마트와 달리 사유재산 영역에 속해 정부 개입 권한이 한정된다. 정치권에서도 이런 이유로 규제 방안 마련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1차 식품 판매에서 밀리며 의류, 신발 등 공산품 중심으로 매장을 재편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간 직접 경쟁이 감소해 지역 상권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측면도 생겼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