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7년,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대한민국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알래스카를 약 720만 달러에 매입했다. 당시 미국 내에서는 이 결정을 두고 야유와 조롱이 쏟아졌다. 그 중심에는 이 매입을 주도한 국무장관 윌리엄 수어드가 있었다. 눈과 얼음밖에 없는 쓸모없는 땅을 엄청난 값에 샀다며 언론은 이를 “수어드의 바보짓(Seward’s Folly)”이라 불렀고, “수어드의 냉장고”라는 말까지 나왔다. 눈앞의 이익만 따졌을 때는 매우 어리석은 결정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알래스카는 이후 석유, 금, 천연가스 등 풍부한 자원으로 연간 수백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는 물론, 안보 전략의 중심축이자 전략적 군사 요충지로서 미국의 핵심 자산이 되었다. 역사는 수어드의 결정을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자원 투자이자 영토 확장 전략으로 평가한다.최근 전북특자도는 또 다른 ‘바보짓’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며, 전 세계 최대 축제인 2036년 하계올림픽 개최를 선언하고 대한민국의 후보 도시로 선정되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 도전은 시작부터 거센 회의론에 직면해 왔다. “지방 도시가 무슨 국제행사냐”, “그 돈으로 지역 복지나 개선하라”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잇대가 아니다. 전 세계가 바라보는 그 순간, 지역은 문화로 드러나고, 거리는 관광지로 탈바꿈하며, 경제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전북특자도는 이미 문화와 산업이 공존하고, 전통과 미래가 교차하는 역동적인 지역으로서, 천혜의 자연환경과 풍부한 농생명 문화 자산이 고유한 색을 더해 정체성을 생생히 보여준다. 축제의 무대를 감당할 저력은 충분하다. 전북특자도는 올림픽 개최에 소요되는 예산을 약 10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를 약 42조 원 규모로 전망하고 있다. 단순히 ‘올림픽을 여는 도시’를 넘어, 스스로 역사의 주인공이 되는 시간이다.
물론 우려는 있다. 기반시설 보완, 접근성 확보, 국제적 인지도 제고 등 현실적 과제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 손익계산서가 아니라, 장기적 국가 균형발전 전략에 대한 믿음과 투자다. 오늘의 적자는 내일의 자산이 될 수 있다. 전북이 이런 국제행사를 통해 새롭게 정비한 인프라와 글로벌 경험을 기반으로 ‘지역’을 넘어 ‘국가 전체’를 이끄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된 지금, 인구 감소와 경제 공동화로 위기에 놓인 지방이 ‘스스로를 위한 결단’을 내리는 것은 단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전북의 도전은 단순한 이벤트 유치가 아니다. 그것은 자기 존중이고, 미래 세대에게 남길 수 있는 값진 유산이다.
‘수어드의 바보짓’은 결국 어리석음이 아니라 용기였고, 그 용기는 시간이 지나 선견지명으로 인정받았다. 지금 전북이 맞이한 이 선택의 순간도 다르지 않다.
오늘의 냉소적 우려가, 내일의 성취로 바뀌는 순간—역사는 이렇게 평가할지도 모른다.
“그때 전북이 그 ‘바보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전북은 없었을 것이다.”
올림픽 개최도시의 최종 선정을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백승우교수는 전북대학교 입학부처장·농업생명과학대학 학장과 한국농식품정책학회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농촌진흥청 예산심의위원·전북특별자치도 농어업농어촌위원회 행복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백승우 전북대학교 농경제유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