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자로 전북을 포함한 서해안권 문어 금어기가 해제된 가운데 낚시어선들이 일제히 올해 첫 문어잡이에 나섰지만 사실상 ‘꽝’을 쳤다. 문어 낚시를 기다리며 부푼 꿈을 안고 군산 비응항에 몰려든 전국의 조사들 모두가 푸념하며, 빈손으로 입항해야 했다.
이날 새벽 4시, 군산과 부안 그리고 충남권에서만 200여 척이 넘는 낚시어선이 문어포인트로 달렸다. 작년 같으면 포인트에 낚시대를 내리자마자 선수와 선미 이곳저곳에서 ‘히트’ 소리가 울려펴졌지만 이날의 모습은 적막감 그대로였다.
아침 시간대를 넘겨 해가 뜨면서 바다 위 폭염은 작렬했고, 기대했던 문어의 모습은 보이지 않자 선장들의 입술은 바짝 타들어갔고, 낚시조사들의 입가엔 불만과 하소연이 가득했다. 유명 유튜버들도 금어기 해제 첫 날 문어잡는 영상을 올리려 군산을 찾았지만 문어를 구경할 수 없었다.
문어낚시는 금어기 전인 2~3달 전부터 예약이 꽉 찰 정도로 인기가 좋다. 9.77톤 낚시어선 승객 정원은 20명으로, 200척의 낚시어선이 출항했다고 가정할 때 이날 서해 바다로 모여든 조사들은 4000명이다. 승선비용은 11~12만원으로, 고비용을 치르고 문어를 잡으러 온 조사들은 실망감만 안고 갔다.
금어기가 해제됐지만 문어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일부 조사들은 수온이 높아져 문어가 활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 추정했지만, 이날 수온은 16~17도 내외로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슷한 점으로 미뤄 수온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게 선장들의 분석이다.
일부 선장들은 문어의 해갈이(한 해는 잘 나오고 다음 해는 나오지 않는 현상) 탓을 이유로 들고 있다. 지난해 서해권 문어잡이가 호황이었던 점을 볼 때 올해 해갈이를 이유로 문어가 안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낚시어선들은 당장 7~8월까지 잡혀 있는 문어낚시 예약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일부 선장은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어종을 바꾸는가 하면 문어낚시 자체를 취소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한 선장은 “손님들에게 죄송하기만 하다. 열심히 포인트를 찾아 돌아봤지만 이 정도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올해 군산에서 문어보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죄송한 마음에 서울 등지에서 내려온 손님들을 위해 어떤 서비스를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한 조사는 “금어기 해제만을 기다리며 치열한 예약 경쟁을 뚫고 오늘 바다에 나왔는데 정말 속상하기만 하다”며 “선장들이 금어기 해제 이전에 탐사만 해봤더라도 오늘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오늘은 선상에서 폭염 체험을 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