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막 전북] (상) 수도권 독식에 성장 멈춘 기업

2023년 신생기업 전년보다 8.0% 감소(전국 3위), 고성장기업 수도권에 10분 1
지난해 전국 500대 기업 중 전북 본사 기업 2곳(0.4%), 수도권은 385곳(77%)
같은 기간 1000대 기준 전년대비 3곳 감소한 7곳 역대 최저, 공기업은 전무
총사업체 중 첨단기업 비중 최하위권, 혁신도시 내 소기업 중심 고용창출 한계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전북지역의 기업 생태계가 메말라 가고 있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지역 경제의 중추인 전북 기업들의 생존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역할은 단순한 일자리 창출을 넘어선다. 지역 내 소비 촉진, 세수 기반 확대, 인재 육성과 정착 등 지역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미친다. 기업 생태계의 건전성이 곧 지역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이에 본보는 2차례에 걸쳐 전북 기업 생태계의 현주소와 기업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살펴본다.

 

전북의 대표 산업인 제조업은 2023년 말 기준 전체 1만 3630개 업체 중 96.7%가 50인 미만 영세업체인 것으로 전북자치도 집계 결과 나타났다. 특히 1~5인 미만 소규모업체가 70.1%를 차지한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체는 405개(3.0%), 300인 이상 대기업은 43개(0.3%)에 불과하다.

경쟁력 있는 대기업 부재도 문제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지난해 결산 매출액 1조 3000억원 이상) 중 전북에 본사를 둔 기업은 동우화인켐과 전북은행 등 단 2곳(0.4%)뿐이다. 세종·강원(각 1곳) 다음으로 최하위 수준이다.

반면 서울(284곳, 56.8%)과 인천·경기(101곳, 20.2%)를 합한 수도권에는 500대 기업 본사 385곳(77%)이 몰려 있다. 전북은 공기업 본사도 전무한 상황이다.

기존 주력 기업들의 성장 정체도 우려스럽다.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에 따르면 2023년 매출액 기준 전국 1000대 기업 중 전북 소재 기업은 8곳으로 2004년 조사 개시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 11곳에서 3곳이 매출 감소로 순위권에서 밀려나면서 지역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가 뚜렷했다.

전국 1000대 기업 중 수도권이 736곳으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수도권 기업들이 전국 매출의 86%를 점유하는 경제력 쏠림 현상과 궤를 같이한다.

기업 생태계의 또 다른 축인 신생기업도 위축됐다. 통계청의 '2023년 기업생멸행정통계'를 보면 전북의 신생기업 수는 3만 43개로 전년(3만 2656개)보다 2613개 줄어들며 8.0% 감소율을 보였다. 이는 제주(-12.0%), 세종(-9.7%) 다음 전국 3위 하락 폭으로, 전국 평균(-4.2%)의 두 배에 달한다.

기업 성장성도 전국 평균에 미달한다. 상용근로자 기준 20% 이상 고성장기업 비율은 3.1%로 전국 평균(3.4%)보다 낮고, 10% 이상 고성장기업도 9.8%에 그쳐 전국 평균(10.5%)에 못 미쳤다.

매출 기준으로는 격차가 더욱 크다. 20% 이상 고성장기업이 서울 8564개, 경기 8160개인데 비해 전북은 800개에 불과하다. 차세대 성장동력인 가젤기업도 123개로 전국 12위에 머물렀다.

전북 기업의 구조적 한계는 첨단기업 부족에서도 확인된다.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전북 총 사업체 중 첨단기업 비중은 13.4%로 전국 평균(19.9%)을 밑돈다. 강원(12.2%), 제주(12.4%)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전국적으로 첨단기업 비중이 2006년 10.7%에서 2021년 19.9%로 급증한 가운데, 수도권은 12.7%에서 23.8%로 성장했다. 이에 반해 비수도권은 9.0%에서 16.1% 증가에 그쳐 첨단기업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됐다.

전북혁신도시의 기업 유치 성과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 전북본부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입주기업 253개 중 수도권 이전 기업은 25개(10%)에 불과하다. 300인 이상 대규모 기업은 전무하고, 85%인 245개가 30인 미만 소기업이어서 고용 창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