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원행정처 전주가정법원 설치하라

가정법원은 이혼, 양육, 상속, 가사·소년보호사건 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법기관이다. 전국 대부분 광역시·도에 설치돼 있으나 전북과 충북, 강원, 제주는 지방법원 민사부에서 가사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당연히 전북을 비롯한 가정법원 미설치 지역 주민들은 가사 사건에 대한 전문적이고, 신속한 사법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수십년 전부터 전북도민들이 전주가정법원 설립을 강력하게 요구했던 게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흐지부지되던 이 문제에 대해 최근 국회와 법원행정처가 법원 설치 필요성에 의견을 함께하면서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달 30일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주시을)과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 등 법원 관계자들이 전주가정법원 설치 문제와 관련 공식 면담을 갖는 자리에서 법원행정처로부터 “적극 검토하겠다”는 긍정적 답변이 나왔다고 한다. 대법관 숫자를 대폭 늘리자는 획기적인 정책이 추진되는 마당에 정작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가정법원 설치를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는게 사실이다. 전북에는 지금까지 가사·상속·소년·이혼 사건 등을 전담하는 전문법원인 가정법원이 설치되지 않아 지역민들이 상대적으로 일정 영역에서 사법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일이 계속됐다. 이미 지난해 6월 검찰 출신인 이성윤 의원은 전주가정법원 설치 근거를 담은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을 대표로 발의 한 바 있다. 이번 면담에서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이 전주가정법원 설치에 대해 “적극 검토할 단계”라며 긍정적 입장을 밝힌 점을 우리는 예의주시한다. 특히 그가 “가정법원이 분쟁 해결 기능에서 후견적 기능으로 확장됨에 따라 추가 설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고 언급한 것은 매우 주목되는 대목이다. 사실 요즘엔 가족 형태가 복잡해지고 관련 분쟁이 급증하면서 가정법원의 역할은 과거의 단순한 분쟁 해결을 넘어 ‘후견적 기능’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미성년 자녀의 복리, 위기 청소년 보호, 상속 분쟁의 원만한 조정 등 법원의 적극적인 개입과 회복적 사법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 헌법은 재판 받을 권리를 명문화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전문법원인 가정법원이 없어 특정 사건에 대한 사법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젠 법원행정처가 결단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