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경제 '농업 의존' 심화…타지역 교역적자 확대

한은 '2020년 지역산업연관표', 전북 농림수산업 전국 평균보다 4배 특화
종사자도 3배 이상, 반면 제조업 비중 감소폭(-8.4%) 전국(-4.3%)보다 높아
7조 9000억 교역 적자, 다른 지역에 판 것보다 산 것이 훨씬 많다는 뜻
취업유발계수는 전국 3위, 생산유발계수는 지역 경제 자립도 떨어져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전북 지역이 농업 특화를 넘어 '농업 편중' 구조로 심화되고 있다. 지역간 교역에서 적자 폭이 확대되면서 경제 자립도 하락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일 발표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2020년 지역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전북의 농림수산업 특화도(입지계수)가 4.07로 전국 평균의 4배를 넘어섰다. 농림수산업 종사자 비중 역시 15.7%로 전국 평균(5.5%)의 3배에 달해 산업구조 격차가 극명했다.

농업 특화는 다른 산업의 위축을 동반하고 있다. 전북의 제조업(공산품) 생산액 비중이 2015년 47.5%에서 2020년 39.1%로 5년 새 8.4%p 급락했다. 이는 전국(-4.3%p)에서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문제는 지역간 교역 적자다. 전북은 2020년 기준 7조 9000억 원의 교역 적자를 기록했다. 전북이 다른 지역에 판매한 금액은 46조 2000억 원인 반면 외부에서 구매한 금액은 54조 1000억 원에 달했다.

2015년 6조 1000억 원보다 1조 8000억 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전북이 외부에 팔아서 벌어들인 돈보다 외부에서 사들인 물건값이 훨씬 많다는 뜻이다.

반면 수도권은 72조 9000억 원, 충청권은 12조 3000억 원의 판매 흑자를 기록해 대조를 이뤘다.

전북의 부가가치 창출 구조도 우려스럽다. 전북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 중 32.9%가 외부 수요에 의존하고 있어, 전북 경제가 타지역의 경기 변동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다. 전북의 부가가치율도 전국 평균(44.7%)보다 낮은 43.2%를 기록했다.

전북의 수출 의존도는 13.3%로 전국 평균(23.7%)을 크게 밑돌고 있다. 수출로 인한 부가가치 창출 비중이 낮다는 점을 시사한다. 울산(47.3%), 충남(34.0%) 등 수출 주력 지역과 비교하면 대외 경쟁력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다.

전북의 취업유발계수는 11.5명으로 제주(12.5명), 대구(11.7명)에 이어 전국 3위를 기록했다. 전북에서 국산품 10억 원어치를 구매하면 11.5명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뜻으로, 같은 투자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자리의 질에는 문제가 있다. 농업과 전통 제조업 중심의 고용구조로 인해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고, 청년층이 선호하는 고부가가치 일자리는 부족한 상황이다.

전북의 생산유발계수를 보면 지역내 효과는 0.884로 전국 평균(0.981)에 못 미치지만, 외부 생산유발효과는 0.927로 상당히 높다. 이는 전북에서 소비 수요가 발생할 때 지역내보다는 외부의 생산을 더 많이 늘린다는 뜻으로, 지역 경제의 자립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나타낸다.

도내 한 산업계 관계자는 "제조업 기반이 약화되고 교역 적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농업 육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농업과 연계한 식품가공업, 바이오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을 통한 산업구조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