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바탕의 캔버스에 강렬한 파란색과 빨간색 나무와 집들이 큼지막하게 있다. 확연히 다른 낮과 밤의 풍경. 빛을 잃은 밤의 풍경과 빨간 지붕이 눈길을 사로잡는 낮의 풍경은 신비로운 오브제로 되살아나는 듯했다.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강렬한 색상의 작품은 오은진 작가의 ‘공존-빛이 머무는 곳’. 몽환적인 그림 속에서 미묘한 감정의 파편을 보여준다.
누벨백미술관(홍산북로 29-5)에서 학교폭력을 주제로 ‘움트는 너희들을 응원하고 지킬게’ 특별전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학교폭력을 계도나 캠페인이 아닌, 예술의 언어로 조명하는 공감형 시각예술 전시로 기획됐다.
‘말보다 큰 전시, 그림보다 깊은 울림’을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전시는, 아이들의 마음에 피는 상처가 도시의 미래에 남는 흔적이라는 인식 아래 폭력의 흔적과 치유의 여정을 감각적이고 진중한 작품으로 풀어냈다.
단순히 학교폭력예방 근절을 위한 학교문화 정착이나 계몽활동을 넘어 수많은 폭력 속에서 우리의 감각이 무뎌지지 않도록 경계하고,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주목받는다. 이를 위해 전시에는 지난달 같은 주제로 공모에 당선된 수상작들을 포함해 총 42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특히 전시 포스터 속 그림인 양광식 작가의 '검은 병아리와 흰 병아리'는 학교폭력의 상징성을 확연히 보여주며 외벽 현수막에 실린 이효문의 '나는 할 수 있다' 엄지척 조각품은 앞날에 대한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누벨백미술관 김보현 부관장은 “작품 안에는 누군가의 고백이 있고, 누군가의 치유가 있으며 누군가의 용기가 담겨 있다”며 “이번 전시회가 학교폭력의 실상을 직면하고 사회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되묻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게는 ‘다시는 나 혼자가 아니다’는 위로를 건네고, 가해자에게는 ‘멈추지 못한 행동의 무게’를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22일까지 진행되며,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