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0원(2.9%) 인상된 시간당 1만320원으로 결정됐다. 월급(주 40시간·월 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15만6880원을 받게 된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노·사·공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2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6년도 최저임금을 이같이 의결했다.
이번 인상률은 올해(1.7%)나 2021년(1.5%)보다는 높지만 역대 정부 첫 해 인상률 중에서는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각 정부의 첫 해 인상률은 △김영삼 정부(8%) △김대중 정부(2.7%) △노무현 정부(10.3%) △이명박 정부(6.1%) △박근혜 정부(7.2%) △문재인 정부(16.4%) △윤석열 정부(5.0%)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률은 2.9%, 역대 정부 첫 해 인상률 중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직후였던 김대중 정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번 정부는 현재 경제 상황이 제2의 IMF 위기와 같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지명 후 "지금은 제2의 IMF와 같은 어려운 상황이다. 민생과 통합, 두 가지를 매일매일 (마음에) 새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은 현 경제 위기가 IMF 때처럼 심각하다고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과잉 해석"이라고 선 그으며 "이번 인상률은 합의로 결정됐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분석하기보다 노사가 서로 양보해 마지막 결론에 도달했다는 관점에서 바라봐달라"고 답변했다.
이 위원장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8%로 굉장히 낮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8%, 취업자 증가율은 0.4%다. 이런 지표를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지난해보다는 올해가, 올해보다는 내년이 경기 상황이 안 좋은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그런 지표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노·사·공 위원 23명의 합의로 정해졌다. 근로자위원 중 민주노총 위원 4명은 예상보다 낮은 심의 촉진 구간(1.8∼4.1%)에 반발하며 퇴장해 근로자위원은 한국노총 측 5명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9·10차 수정안을 제시하며 격차를 좁혀 나갔다.
10차 수정안에서 노동계는 1만430원, 경영계는 1만230원을 제시해 격차를 200원까지 줄였으며 이후 공익위원들의 조율 등에 힘입어 최종 합의를 봤다. 노·사·공 합의를 통한 최저임금 결정은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8번째다. 가장 최근은 2008년에 결정된 2009년도 최저임금으로, 17년 만의 합의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게 된다. 노동부는 오는 8월 5일까지 확정·고시하며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노사 양측은 이의 제기를 할 수 있고 이의가 합당하고 인정되는 경우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재심의가 이뤄진 적은 한 번도 없다.
합의로 결정했지만 노사는 이번 최저임금에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최저임금 수준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 생계비 부족분을 보완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영계 또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그동안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난을 고려해 최저임금 동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켜왔지만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민생경제 전반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현실을 고려해 합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