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보셨어요? 당근 김밥의 핵심은 양념입니다. 김밥을 말 때는 밥을 골고루 펴주면 터지지 않고 쉽게 말아져요”
지난 11일 한국전통문화전당 3층 조리체험실. 이윤화 한식조리체험 강사가 당근 김밥 만들기 체험에 참여한 수강생들에게 조리 시 주의할 점을 설명했다. 강사의 이야기를 듣는 어린 학생부터 20~30대 남녀, 60대 부부까지 스무 명 참가자의 얼굴이 사뭇 진지해 보였다.
밥과 속 재료의 양부터 재료의 배치, 손힘 등 갖가지 변수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게 김밥이다. ‘김밥 옆구리 안 터지는 비결’이 검색창에 자동 검색될 정도다. 그런데 밥만 고루 펴주면 쉽게 말린다니. 이날 전주문화재단이 준비한 ‘당신의 맛, 전주의 맛’ 당신의 손맛 일일 체험에 나선 기자는 선뜻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강사의 말은 사실이었다. 김 위에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을 한 밥을 올려 골고루 펴주면 김발 없이도 터지지 않는 김밥이 완성됐다. 조리의 모든 과정이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돼 있었다. 어떻게 말아도 전주 명물인 당근 김밥이 완성됐다.
다만 당근의 아삭한 식감과 음식의 조화 등 ‘진짜’ 당근김밥이 나오려면 노하우와 경험이 필요했다. 당근을 채 썰어본 경험이 없었기에 당근 두께는 삐뚤삐뚤 제각각이었다. 강사는 당근을 일정한 간격과 속도로 썰어나가는데, 말 그대로 전문가의 경험과 감의 영역이었다.
당근 김밥을 모두 말고, 한입 크기로 썰어 준비한 용기에 담아내는 것으로 체험이 마무리됐다. 함께 당근 김밥을 완성한 수강생들의 표정에는 뿌듯함의 미소가 엿보였다. 40여 분 동안 만든 ‘나의 소중한 당근 김밥’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사진부터 찍기 바빴다. 이후에는 설거지와 조리도구 세척, 쓰레기 정리까지 모두 수강생의 몫이다. 뒷정리마저도 ‘즐거움’의 영역이 돼 웃음꽃이 만발했다.
전주문화재단이 마련한 ‘당신의 맛, 전주의 맛’은 넷플릭스 드라마와 연계해 전주의 음식문화를 나누는 체험 행사이다. 전주를 배경으로 전주 음식이 콘텐츠로 활용된 드라마 ‘당신의 맛’을 중심으로 음식 인문학과 대중 콘텐츠가 만나는 문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날 ‘당신의 손맛’ 강좌에 참여한 강한나(39)씨는 문화 활동의 일환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드라마 당신의 맛에도 음식이 나오고, 전주에 유명한 당근김밥집도 있어서 직접 당근 김밥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라며 “생각보다 재밌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주문화재단이 전주의 고유한 음식과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를 올해 처음 선보인 만큼, 지역의 정체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서 전주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