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 방화마을 진입도로 예산 편성 누락, 주민생명.안전 외면한 진안군

진안 방화마을 화재…비좁은 도로에 대형 소방차 못 들어가 ‘진화 난항’ 겪어

지난 7일 저녁 진안 용담 방화마을 화재 현장 / 사진제공=진안소방서

지난 7일 오후 8시께 진안군 용담면 방화마을에서 주택 화재가 발생해 주택과 부속건물이 전소됐다. 하지만 현장 접근 도로(마을 진출입로)가 지나치게 비좁아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출동한 ‘대형 물탱크소방차(6톤)’의 현장 진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진입도로 확포장 예산 반영을 외면한 진안군청의 예산 편성에 대한 시급성 선후 인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날 화재는 김모 씨 소유의 외딴 주택(건평 약 66㎡)에서 발생해 부속건물로 옮겨붙었다. 화재 초기, 현장을 지나던 주민이 불길을 발견해 즉시 119에 신고했고, 진안소방서는 대원 37명과 함께 물탱크차, 펌프차, 구조차, 구급차 등을 현장에 급파했다. 

하지만 중심 역할을 해야 할 대형 물탱크 소방차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진화 작업은 속도가 나지 않았다. 마을 진입도로 폭이 일반 차량 한 대가 겨우 통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비좁았기 때문이다. 화재 지점은 마을 진입로 중간 지점으로 도로에 인접해 있었다. 진입 불가한 6톤 차량은 화재 지점과 400미터 떨어진 마을진입로 입구에 멈춰 섰고, 화재 진압은 중소형 장비에 의존해야 했다. 

진안 용담면 방화마을 윗동네 진입도로(왼쪽 도로). 이 도로가 너무 비좁아 지난 7일 저녁 화재 발생 시 6톤 용량 물탱크 소방차가 이곳에서 멈춰서야 했다. 화재 현장과 400미터 떨어진 곳이다. /사진=국승호 기자

1톤 규모의 용담면 의용소방대 차량과 3톤 펌프차만 진화에 나서면서 주택의 전소는 물론 부속건물까지 불길에 휩싸여 어려움을 겪었다. 때맞춰 내린 비가 아니었다면 마을 전체를 화마가 덮칠 수도 있었다. 

주민 A씨는 “바로 옆 숲까지 불이 붙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대형 소방차가 비좁은 도로 때문에 진입을 못했다는 말을 듣고 정말 어이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주민 B씨는 “이 도로를 통행하는 차량은 비나 눈이 오면 저수지로 미끄러질 위험성이 크다. 주민들은 날마다 목숨을 걸고 이 길을 오간다. 행정에서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군의회를 통과한 2025년도 제2회 추경예산에 마을진입로 확포장 예산이 누락된 것에 대한 뒷말도 나오고 있다. 

주민 C씨는 “예산부서가 방화마을 진입로 확포장 용역비를 최종적으로 제외시킨 것은 시급한 민생을 외면한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일반차량도 조심해서 운전해야 할 정도로 비좁은 진입로 /사진=국승호 기자

이와 관련해 이명진 의원의 제2회 추경 예결특위 발언도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당시 이 의원은 “법적 절차가 미이행된 목조전망대 용역비 5억 원은 통과시키면서 군민의 생명, 안전과 직결된 방화마을 진입로 개설 용역 예산을 제외시킨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진안고원 목조전망대 조성 사업’에는 약 130억 원 가량이 들 것으로 의회에 보고돼 있지만 “실은 그 몇 배가 소요될 것”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반면, 방화마을 진입로 확장 용역비는 2000만 원으로 주민 생명·안전과 직결된 민생 사안임에도 2025년도 추경 예산 편성안에서 누락됐다. 

주민들은 “군이 보여주는 예산 우선순위는 ‘토목 우선 행정’의 극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7일 저녁 화재 현장 / 사진제공=진안소방서

이번 화재를 두고 단순한 화재를 넘어 구조 사각지대에 대한 진안군 행정의 시급성 선후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들은 “올 겨울이 오기 전에 도로부터 넓혀야 한다. 화려한 관광사업을 위한 토목 또는 건설보다는 주민의 생명과 안전의 뒤안길이 더 우선”이라며 군의 각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