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녘 썰물 소리
돛단배 하나
애환의 닻올리고
수평선에 걸린 파도사이를
홀로 나는 새 한 마리처럼
홀로 노 저으며
석양에 홀로 숨 가쁜
돛단배 하나
바다 저편에 마음을 담고
멀어져 가는 선창에 아쉬운 듯 눈길 보낸다.
△ 생의 바다에서 “돛단배” 같은 시적 화자가 “수평선에 걸린 파도 사이를” 이리저리 흔들리며 “애환” 속에 살았어도 “선창”이 “멀어져 가는” 나이에는 “홀로 나는 새”처럼 홀가분하다. 삶이 낡아가는 시간을 시적 화자는 “저녁녘 썰물 소리”라고 표현했다. 저녁도 서글픈데 썰물까지 지고, “홀로 숨 가쁜” 인생의 “석양”이다. 게다가 마음은 이미 “바다 저편에” 두었다. “아쉬운 듯”하지만, 더는 아쉽지 않은 “눈길”은 이만하면 되었다는 자족도 한 자락 깔려 있다. 오늘은 해지는 바다를 보러 가자. 가서 삐걱거리는 삶을 다시 챙겨보자. /김제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