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보고 있고, 역사는 기록하며, 국민은 기억한다.”법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 말이 현실에서 얼마나 자주 외면당하고, 허공에 메아리쳤던가. 우리는 오랫동안 권력자들의 오만과 위선, 그리고 법의 무기력함에 분노하며 살아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구속은 그 분노에 대한 국민의 응답이자, 정의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첫걸음이라 믿는다.
윤 전 대통령은 과거 검찰총장 시절 “법과 원칙”을 강조했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공정과 상식”을 국정 운영의 기조로 내세웠다. 그러나 국민이 실제로 목도한 것은 그 말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소통은 단절되었고, 국정은 독선에 휘둘렸으며, 국가 권력은 사적 영역으로까지 침투했다. 특히 가족과 측근을 중심으로 한 권력 농단은 과거의 잘못이 되풀이되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검찰은 더 이상 중립의 기관이 아니었고, 정치보복의 도구로 전락했다. 공정은 선택적으로 적용되었으며, 정의는 침묵 속에 방치되었다. 국민의 고통은 외면당했고, 권력은 국민이 아닌 권력을 위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내로남불’이라는 표현조차 과분할 정도로, 윤 전 대통령의 행태는 국가 지도자가 아닌 사익에 휘둘리는 권력자의 전형이었다.
그의 재구속 소식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몰락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 나라의 법과 정의, 그리고 역사 앞에서 무거운 책임을 묻는 상징적인 순간이다. 정의는 때로 더디고, 진실은 숨겨지기도 하지만, 결국 반드시 제자리를 찾는다. 이것이 바로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진정한 의미다.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권력은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지도자가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자리인가? 우리가 어떤 사회를 후대에 물려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단지 개인의 일탈이나 실정이 아니라, 우리 정치와 사회 전반에 던지는 통렬한 경고이다. 민주주의는 단순한 절차나 제도로 완성되지 않는다. 권력자가 어떤 철학과 태도로 권력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국가는 시민을 위한 도구가 될 수도, 시민 위에 군림하는 괴물이 될 수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은 국민이 권력에 보내는 준엄한 심판이자, 모든 권력자들에게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다. 권력자일수록 더 높은 도덕성과 법적 책임을 져야 하며,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의의 기준이 달라져서는 안 되며, 법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작용해야 한다.
정치는 순간의 권력이나 지지율이 전부가 아니다. 권력은 국민이 잠시 맡긴 위임일 뿐이며, 그 권한은 언제든 회수될 수 있다. 오늘의 사태는 바로 그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민은 잊지 않는다. 그리고 역사는, 반드시 기록한다.
이제는 상처 입은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정의와 상식이 숨 쉬는 나라를 다시 세워야 할 때다. 분열과 혐오가 아닌 연대와 회복의 길로 나아가야 하며, 과거의 실패를 거울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정의는 때로 지체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결국 드러나고, 역사는 거짓을 끝내 용납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역사는 오늘도 우리에게 묻는다.당신은 어느 편에 서 있었느냐고.그리고 우리는 다시는 같은 질문을 후대에게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성민재(시인∙사회혁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