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견훤 초상화 그린다⋯화가 선정 나서

전문가 자문받아 복식 등 가이드라인 세워
올해 하반기 문체부에 정부표준영정 신청

챗GPT가 그린 후백제 견훤왕.

"처음에 견훤이 태어나 젖먹이로 포대기에 있을 때 父(부)가 들에서 농사를 짓자 母(모)가 남편에게 음식을 보내려고 아이를 수풀 밑에 두자 호랑이가 와서 그에게 젖을 먹여주었다. 마을 사람들이 듣고는 기이해하였다." (<삼국사기> 권50, 견훤전)

전주시가 후백제를 건국한 견훤대왕의 표준영정을 제작한다. 후백제 왕도였던 전주의 문화적 고유성과 역사적 정체성을 고양·확립하기 위해서다.

견훤(867~936년)은 900년 지금의 전주인 완산주에 후백제를 건국한 인물로 왕건, 궁예와 더불어 후삼국시대를 연 인물이다. 왕건 영정은 1999년, 궁예 영정은 2024년 각각 정부표준영정으로 지정받았다. 반면 견훤 영정은 현재까지 없는 상태다.

정부표준영정은 민족적 추앙을 받는 선현의 영정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정한 초상화를 말한다.

전주시는 견훤대왕 표준영정을 제작하기로 하고 관련 학술용역을 추진해 왔다. 해당 용역에선 문헌 조사와 전문가 자문을 통해 복식을 고증하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전주견씨 후손 40명을 대상으로 한 형질 조사 등을 통해 관련 두상도 제작했다.

전문가들은 "왕의 영정은 한국과 중국의 예를 살펴볼 때 상복(집무복)을 그리는 것이 일반적인 방안"이라며 견훤대왕 영정도 상복으로 그리는 것을 추천했다.

구글 AI가 그린 후백제 견훤왕.

전주견씨 후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라 견훤대왕의 용모·풍모는 북방계고조선·북부여·한성백제계의 형질 요소를 가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사료 연구 결과에 따라 견훤대왕의 표정 요소에는 의리(義)·연민(愍)·결의(決)를 나타내는 것이 적합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와 관련 전주시는 견훤대왕 표준영정 제작을 위한 화가 선정 작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오는 17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는 관련 현장설명회를 개최한다. 공모에 참여하려는 화가는 이번 현장설명회에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참여 화가는 다음 달 12일까지 포트폴리오와 평가용 초본을 제출하면 된다.

선정 화가는 학술용역 내용을 반영해 문화체육관광부 영정동상심의위원회에 제출할 표준영정 초안을 작성한다. 이후 위원회 논의를 거쳐 견훤대왕 표준영정을 제작한다.

전주시 관계자는 "37년간 후백제 왕도였던 전주는 견훤대왕 관련 다양한 승모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표준영정 없이 위패만 모시고 있다"며 "견훤 표준영정 제작은 후백제 역사를 재조명하는 선도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