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성희롱 사건에 학교안전사고법 적용해 ‘면죄부?’

교권보호위, 학교안전사고법 들어 교육활동 침해 아닌 것으로 결론
반면 제주에서는 비슷한 사안에 교육침해 인정 교사 피해 대상 분류

전북교총 오준영 회장은 23일 전북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간담회를 통해 전북지역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에 대한 교권보호위원회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전북일보

속보= 전북지역 일선 교육지원청 교권보호위원회가 엉뚱한 법률을 적용해 성희롱을 당한 여교사에 대한 행위가 ‘교육권 침해’가 아니라고 결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도내 한 일선 교육지원청 교권보호위원회는 지난 17일 자신의 성기 사진을 찍어 여교사의 SNS로 전송한 사건에 대한 심의를 열고 ‘교육활동 침해 아님’으로 결정했다.

교권보호위원회는 교육활동 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근거로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교육활동과 관련된 시간)를 들었다.

이 법은 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 실습, 학교 등하교 등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고 등을 다루는 법이다. 이 법에서는 △통상적인 경로 및 방법에 의한 등·하교 시간 △휴식시간 및 교육활동 전후의 통상적인 학교체류시간 △학교의 장의 지시에 의하여 학교에 있는 시간 △학교장이 인정하는 직업체험, 직장견학 및 현장실습 등의 시간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시간 등을 규정하고 있다.

법 어디에도 학교 외 공간에서 교사의 지위가 침해되는 행위에 대해 규정하는 조항이 없다.

하지만 교권보호위원회는 단순하게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을 들어 일과 후 발생한 사안이라며, 교육침해 사안으로 보지 않았다. 결국 성희롱을 당한 여교사와 가해 학생은 아직까지 한 교실에서 얼굴을 마주치고 수업을 실시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은 “교사를 대상으로 한 명백한 성폭력 행위가 정당한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극심한 수치심과 정신적 충격을 받은 여교사는 정상적인 수업이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생의 행위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19조 제2호 다목과 '교육활동 침해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 제2조 제6호에 따른, ‘그 밖에 학교장이 교육공무원법 제43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는 행위’에 해당하며, 이는 교권을 명백히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제주지역 한 고등학교에서도 최근 여교사에 대해 성적인 발언을 주고받은 비공개 단체 대화방이 발견, 교권보호위원회가 나서 2명의 교사에 대해 피해대상으로 분류한 바 있다. 전북 사안의 경우 제주 사안보다 훨씬 더 위중함에도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교권보호위원회 위원 구성의 구조적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전북지역 한 고등학교 피해 교사 A씨는 수업 운영과 학생 상담을 위한 교육적 목적의 SNS 계정을 운용해 왔다. 고3인 B학생은 지난 6월15~16일까지 다른 학생을 사칭해 교사에게 안부인사를 건넸다. 18일에는 교사에게 “좋아해도 되냐”는 메시지를 발송했고, 이에 A씨는 거절 및 차단 의사를 밝혔다. B학생은 같은 날 밤 8시경 교사에게 “수업하지 말고 00나 빨아라”는 메시지와 함께 자신의 은밀한 부위 사진을 전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