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만 보며 걷는 ‘스몸비족’…운전자도 '아찔'

교통안전공단, 전체 보행자 15% 횡단 중 스마트폰 사용
"인센티브 통한 스마트폰 제한 어플 사용 유도 등 필요"

보행 중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시민. 조현욱 기자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소위 ‘스몸비족(스마트폰에 좀비를 더한 합성어)’ 상태의 보행자가 늘어나면서 교통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 오전 전주시 완산구의 한 도로에서는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보행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스마트폰 화면에 몰두하고 있던 한 보행자는 뒤늦게 마주 오던 개인형 이동장치를 파악하고 황급히 몸을 피했다. 심지어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도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보행자도 있었다. 해당 보행자는 바로 옆을 지나고 있는 사람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한국교통안전공단의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보행자의 15%가 횡단 중 스마트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시민들은 이와 같은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김영일(27) 씨는 “횡단보도 대기 중 스마트폰만 보다가 신호가 아닌 옆 사람을 따라 움직이는 사람도 봤다”며 “일반 보행로면 모르겠지만 횡단보도 주변에서는 신호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모(30대) 씨도 “과거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다가 볼라드와 강하게 부딪힌 적이 있다”며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 이후로는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걸 자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신호 대기하며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보행자들. 조현욱 기자

전문가 역시 이러한 행태가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준환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운전자도 횡단보도 근처에서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보행자까지 스마트폰만 바라보며 걷는다면 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렇듯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보행자들이 꾸준히 목격되자 유관기관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 구로구 등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교통사고 취약계층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어플을 통해 지정 구간 내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도록 하는 등 스마트폰 사용 제한 서비스 구역인 ‘노 스몸비 구역’을 조성하기도 했다.

전북경찰청 역시 스몸비족 관련 대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수요 파악 이후 보행자들이 아래를 보면서 걷더라도 제대로 신호를 파악할 수 있도록 바닥 신호등을 설치하고 있다”며 “동시에 횡단보도 인근 조명등 설치 등 교통 시설 확충을 통해 보행자를 보호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는 인센티브 지급을 통한 스마트폰 제한 어플 사용 유도와 함께 적극적인 홍보, 계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수석연구원은 “횡단보도나 보행로에서 핸드폰을 보는 것은 각자의 자유이기 때문에 스마트폰 제한 어플 사용을 강제할 수는 없다”며 “제한 어플 사용 시간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고, 해당 점수를 자동차 보험료 할인 등 인센티브와 연계한다면 사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관계기관이 홍보와 계도를 진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