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에게 전국 최초로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를 추진하는 가운데, 제도 시행에 앞서 도민 의견을 듣는 공청회가 31일 전북도의회에서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는 이정석 전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과 유족수당 조례를 대표 발의한 염영선 도의원(정읍2), 박정규 도의원(임실), 이병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연구조사부장, 이민석 전북도 유산관리과 학예연구관, 유족회 회원 및 14개 시군 관계 공무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전북자치도는 지난해 9월 개정된 '전북특별자치도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내년부터 유족에게 연 50만 원 수준의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도는 조례에 명시된 ‘참여자와 유족의 명예회복’ 조항을 근거로, 단순한 복지 지원이 아닌 역사적 예우로서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은 1894년 전북 고창에서 시작돼 구체제의 타파와 국권 수호를 외친 우리나라 최초의 민중항쟁이다. 도는 오랫동안 ‘반란’이라는 오명 속에 가려졌던 이 역사적 진실을 바로 세우고, 그 후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제도화하는 일은 비록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읍시가 2020년부터 시행 중인 월 10만 원 수당 사례도 참조 대상으로 소개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수당 규모와 지급 방식에 대한 유족들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도가 제시한 ‘연 50만 원 지급’ 안이 정읍시의 월 10만 원 지급 사례나 다른 역사적 사건 유족에게 지급되는 보훈수당보다 낮다는 점에서 유족들은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 유족회 회원은 “5·18, 제주 4·3 등 다른 역사적 사건은 유족 전체에게 월 10만 원씩 지급하는데, 동학은 연 50만 원인가”라며 불만을 표했고 “이럴 거면 차라리 주지 말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염 의원은 “유족 간 분란이나 타 시도와의 형평성만을 이유로 정당한 예우를 축소해선 안 된다”며 “정읍시처럼 월 10만 원 지급 수준으로 논의가 수렴되도록 도 집행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석 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오늘 유족분들이 들려주신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명예회복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전북에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로 등록된 인원이 915명, 유족은 1807명에 달한다. 도는 이들 중 도내 1년 이상 거주 유족을 대상으로 우선 지급하며, 총예산 4억 5000여 만원을 도와 시군이 3:7로 분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편,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와 유족의 공식 등록은 2004년 특별법 제정 이후 시작됐으며,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3913명의 참여자와 1만 3761명의 유족이 등록되어 있다. 이 가운데 전북이 가장 많은 등록자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