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 茅 자 모정(茅亭)입니다. 기와 올린 정자(亭子)와 달리 지붕이 띠나 볏짚이었지요. 사대부들의 풍광 좋은 풍류 터 말고, 마을 어귀 여름 사랑방이었지요. 주민 수와 뒷산에 자라는 나무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달랐습니다. 동네목수의 솜씨 따라 달랐습니다. 영남에는 모정이 드물다지요. 상대적으로 농경문화가 발달 되고 잘 보존된 호남에 많다지요. 푹푹 찌는 여름, 앞집 뒷집 옆집 모여앉아 자식 자랑 농사 걱정 제사 이야기로 더위를 재웠습니다. 빙 두른 마루 난간이 마침맞은 목침입니다. 동으로 눕고 서로 누워 도란거리다가 어느새 한소금 달게 코를 골았었지요. 찾는 이 없고 소용 다 해 스러져 가지만 모정은 마을의 역사입니다. 태어나고 살고 죽은, 들고 또 난 사람들 죄다 기억하고 있겠지요.
내장산 가는 길목 어디, 꼭 고향마을 동구 같습니다. 가던 길 세우고 아무리 둘러봐도 장승도 마중 나와 계시던 어머니도 보이지 않습니다. 느티나무 아래 모정을 돌아 돌아가면 사라져버린 무정세월을 만날 것만 같습니다. 부르게 저녁상을 물리고 바람만바람만 나서겠습니다. 하모니카 소리에 은하수 건너 어느 별 하나 쉬이 잠들지 못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