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오후/ 바람이 살아나고 비라도 묻어온다면/ 기억을 차지한 또 다른 기억/ 떨어내야 할 사고는 비웟다/ 갈급하고 아릿한 이유만이 다급한 형편을 가를 때가 있다/ 넘치는 추억으로 과분할지라도/ 청춘만은 재생하지 않으리/ 뿌옇게 피어오르는/ 어머니의 새벽으로부터/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었던/ 당신과 나의 청춘”(시 ‘당신과 나의 청춘’ 전문)
도전을 멈추지 않는 시인, 이경후 시인이 신작 시집 <당신과 나의 청춘>(책나무출판사)을 펴냈다. 시집은 수많은 계절을 지나온 청춘의 언저리에서, 시인이 겪은 상처와 미완의 꿈을 솔직한 시어로 풀어낸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아름답던 개화의 시간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계절의 열기가 찾아올 즈음, 화려한 신록 앞에 서서 치열하게 살지 못했던 후회와 낙심이 몰려왔다”며 “설레는 마음으로 분주했던 봄을 지워버리고, 당신의 여름에게서 잊고 살았던 미완의 꿈들을 다시 이루고 싶었다”고 시집 발간의 이유를 밝혔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은 시인이 일상 속에서 마주한 장면들을 특유의 절제된 언어로 풀어내며, 독자 안에 잠든 감정들을 조용히 일깨운다.
“슬퍼요/ 이기적이 되어버린 나의 모양새/ 숨소리가 크게 들려요/ 정말 난 똑똑하고 자존감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눈물이 자꾸만/ 당신의 얼굴을 흐려요/ 당신의 꿈꾸는 미래 앞에/ 잠시 잊혀지겠지만/ 곧 날이 밝고 아침이 올 거예요/ 사랑하는 당신/ 이젠 확실하게 중심 잡고 서주세요/ 그리고 웃어주어요”(시 ‘첫사랑’ 전문)
“부모 잘 만나/ 사업체 거느린 넌/ 매주 나에게 묻는다/ 요즈음 뭐혀/ 그냥 그렇지 뭐/ 뭐라도 히야지/ 자격이 안 되어서/ 가슴 아리고/ 절절 끓는 외마디/ 감히 돌이켜 앙망해봅니다/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시 ‘부모’ 전문)
이처럼 이 시인의 펜은 지나간 시간의 흔적과 가족에 대한 회한, 어긋난 시대와 세상에 대한 분노 등을 ‘청춘’이라는 이름 아래 불러 모은다. 그 끝에 작지만 선명한 희망을 더한다.
책의 말미에는 시인의 아버지이자 수필가인 이신구 씨의 글이 실려 있다. 그는 “아들의 방엔 언제나 산더미 같은 책이 가득했다. 처음엔 책 속에 묻혀 지내더니 수필을 쓰고, 시도 쓰고, 단편소설도 도전했다”며 “수필 등단, 시 등단 이후에도 쉼 없이 정진해왔다”고 회상한다.
이어 “여러 어려움을 딛고 시집을 펴낸 아들이 자랑스럽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더냐’는 말이 떠오른다”며 “이제 더 큰 도전을 향해 나아가길, 아들의 앞날에도 찬란한 빛이 비추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시인은 정읍에서 태어나 전북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서정문학>을 통해 시로 등단했고, <수필과 비평>과 <문학고을>에서 수필로 신인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