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남 나주의 벽돌 공장 이주노동자 인권 침해 사건은 이주노동자의 노동인권에 대해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로 간 터키 이주노동자 가족 이야기를 담은 영화 “나의 가족, 나의 도시”는 “우린 노동자를 불렀는데 사람들이 왔다”라는 자막으로 끝난다. 이 말은 극작가 막스 프리슈가 한 말로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 고용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외국인 고용을 허가하는 제도로 한국 사회의 필요 때문에 생긴 제도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내국인이 꺼리는 일을 이주노동자에게 더 싼 임금으로 시키고, 이주노동자는 체류하는 기간에 똑같이 세금을 내는데도 각종 사회복지 제도 등에서 제외하는 등 차별을 하면서 이를 너무 당연시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특정 국가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마저 심각해지고 있다.
1960년대 독일로 간 한국 광부와 간호사들은 힘든 일을 했지만,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었고 사회복지 혜택에 차별이 없었다고 한다. 한국 간호사들이 1973년 경제 불황으로 집단 해고되었을 때 외친 구호가 “독일이 필요로 해 이곳에 온 우리는 필요 없다고 버리는 상품이 아니다”였다. 이들은 출국을 거부했고 독일 시민들의 연대로 무기한 노동 체류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2025년 상반기 전북에 배정된 계절 이주노동자는 9289명이다. 계절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결혼이민, 비전문인력, 전문인력 등 여러 가지 비자로 축산 농장과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를 포함하면 농업과 제조업은 이주노동자 없이는 운영이 안 된다. 전북에는 23년 기준 약 7만 4000 명의 이주민이 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1970년대 독일에 간 한국 간호사들과 달리 목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다.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노동조합 가입도 힘들고, 인권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도 미흡하기 때문이다.
고용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를 시혜와 동정의 눈으로 보지 않고, 차별 없이 동등한 사람으로 대하며 이를 법과 제도로 보장해야 하는 것은 최소한의 인권이다.
2025년 1월 전주에 온 25세 방글라데시 청년 노동자(이하 C 씨)는 일 한 지 한 달 만에 야근하다가 60kg의 철판에 손가락을 다쳤다. C는 ‘괜찮겠지’ 하고 퇴근했는데 검지 손톱 끝 뼈가 골절되었다. 다음날 사장에게 말했지만, 사장은 C 씨의 말을 믿지 않았다. 사장은 C 씨가 다른 곳에서 다치고서 일하다 다쳤다고 거짓말을 한다고 했고, 심지어 사업장을 옮기려고 자해했을 것이라고 했다.
C 씨는 병원비가 없어 돈을 빌려서 병원비를 내야 했고 사장은 다친 C 씨에게 6개월 휴직을 강요했다. 전주에 와서 100일도 되지 않은 기간에 C 씨가 겪은 일들이다. C 씨는 현장 조사를 거부하는 사장의 방해로 산재 승인이 지연되다가 8월 1일 승인되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일하다 다쳤다는 이주노동자 상담을 받고 찾아간 회사 사업주는 이주노동자 없이는 경영이 어려운데 여전히 많은 기업주가 고마운 줄 모른다면서 다친 이주노동자의 치료와 보상에 적극적이었다.
이런 선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법률과 제도로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정부는 인권 침해가 계속 발생하는 원인 중 가장 큰 것이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전 제도라고 보고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하고 인권 보호를 위한 원스톱 상담을 하겠다고 했다. 반가운 소식이다. 전북특자도도 이주민 유치에 들인 노력만큼 이주민 인권 보장을 위한 나서 주 길 바란다.
유기만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