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 "태극기 걸어줘 고맙죠"⋯골목에 펼쳐진 '태극기 물결'

자유총연맹 덕진동분회, 전주 덕진동2가 골목 일대에 태극기 50개 게양
1시간가량 태극기 정리·게양 후 만세 삼창까지⋯7년째 이어온 봉사활동
한상현 회장 "주민들이 태극기 보며 광복절 의미 자연스럽게 되새기길"

한국자유총연맹 덕진동분회 회원들이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2가 골목 일대에 태극기를 걸고 있다. 문채연 기자

“저쪽부터 걸기 시작해서 동네 한 바퀴 돌자고!”

광복절을 앞둔 13일 오전 10시께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2가 골목이 분주해졌다.

형광 조끼를 입은 한국자유총연맹 덕진동분회 회원 20여 명은 태극기 게양을 위해 모였다. 후덥지근한 날씨인데다 간간이 내리는 빗방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회원들은 만나자마자 게양할 태극기를 정리했다. 커다란 상자 안에는 태극기가 빼곡히 들어 있었다.

한상현 한국자유총연맹 덕진동분회장을 비롯한 회원 20여 명은 전주21세기병원 뒤편 골목 일대 단독주택과 상가, 아파트 경비실 등에 태극기 50개를 달았다.

전날 미리 국기봉 거치대를 설치해 놓은 덕분에 작업은 한층 수월하게 이어졌다. 10분쯤 지나자 휑했던 골목 일대는 바람에 휘날리는 태극기로 가득 찼다.

일부 돌발 상황도 있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면서 일부 국기봉 거치대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회원들은 거치대가 떨어진 집 앞에 태극기를 놓아두거나 임시로 다시 부착하며 대처했다.

신관우 사무국장은 “예전엔 못으로 고정했는데 벽 손상을 줄이려고 올해는 접착제를 썼다”며 “내년엔 더 튼튼한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말했다.

한국자유총연맹 덕진동분회 회원이 태극기를 걸고 있다. 문채연 기자

깃발이 걸리자 조용하던 동네도 덩달아 활기를 띠었다. 아이와 산책하던 부모는 “광복절에는 원래 태극기를 걸어야 하는 거야∼”라며 회원들이 달고 간 깃발을 가리켰다. 아이도 깃발을 한참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골목을 지나던 주민도 감사를 표하며 태극기를 받아 갔다. 김진옥(62) 씨는 “내가 일하는 가게에도 걸고 싶어서 하나 더 받았다"며 "요즘 태극기를 갖고 있는 집이 많이 없는데 이렇게 해주니까 고맙다”고 전했다.

행사가 끝난 뒤 회원들은 한자리에 모여 “대한민국 독립 만세!”를 외쳤다.

이날 시민으로 행사에 참여한 국주영은(60) 전북도의원은 “태극기는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상징이다"면서 "광복절 80주년을 맞아 주민들이 태극기를 보고 국기에 담긴 의미를 떠올렸으면 한다”며 조용히 소감을 밝히고 자리를 떴다.

행사를 주관한 한 회장은 “태극기를 거는 행사는 나라와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돼 벌써 7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오늘 단 태극기는 주말까지 그대로 두겠다. 주민들이 태극기를 보며 8월 15일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되새기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