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전주 통합 논의와 관련, 예산과 관련한 쟁점들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교부세와 통합 인센티브 등 재정 문제를 둘러싼 수치와 통계가 두 지자체간 서로 다른 해석으로 제시되면서 주민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는데, 주장에 따른 공방보다는 검증, 그리고 사실에 입각한 공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전북일보는 두차례에 걸쳐 이 쟁점들을 살펴본다.
“완주·전주 통합 시 10년간 교부세가 2조 1788억 원 줄어든다.”
최근 KBS 전주방송총국에서 열린 완주·전주 통합 첫 양자 토론회에서 유희태 완주군수가 제시한 자료에 담긴 수치다. 완주군은 이 자료를 통합 반대의 핵심 논거로 내세우며 읍·면 단위 주민 설명회에서도 반복적으로 활용해왔다.
18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완주군이 제시한 ‘2조 원 감소’ 추정치는 통합 청주시의 교부세 평균 증가율(연 6.7%)을 단순 적용한 결과다. 창원시는 3자 통합(창원·마산·진해)인 반면 청주시는 시와 군의 단일 통합이어서, 전주시와 완주군 사례와 구조적으로 더 유사하다고 봤다는 게 완주군의 설명이다.
그러나 교부세는 지역의 세입 구조, 산업 여건, 인구 변화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특정 지역의 증가율을 기계적으로 대입하는 방식은 설득력이 떨어질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부세는 국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는 재정 보전 장치로, 기준재정수요액(표준 행정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에서 기준재정수입액(표준적 세입 능력)을 뺀 재정부족분을 보전하는 구조다. 쉽게말해 가난한 지역일수록 더 많이 받는 것이 교부세이다.
이에 따라 교부세 증감은 곧 지역의 재정 상태와 세입 구조 변화를 반영한다. 지방세가 늘어 교부세가 줄면 재정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립 기반이 강화된 결과일 수 있다.
실제 완주군이 인용한 청주시가 아니라 통합창원시의 교부세 평균 증가율(연 11.7%)을 적용할 경우, 전주·완주 통합시는 10년간 4조 3074억 원의 교부세가 오히려 늘어나는 것으로 계산된다. 동일한 자료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결론이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주와 창원 사례를 구체적으로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청주시는 통합 직후인 2013년 청주·청원의 지방세 수입이 3816억 원에서 2023년 8130억 원으로 113%(4314억 원) 늘었다. 청원지역 대기업 유치로 지역 세입 기반이 확대되면서 보통교부세 증가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같은 기간 보통교부세는 3363억 원에서 5380억 원으로 60% 증가에 그쳤다. 이는 재정 악화가 아니라 지역 성장의 결과였다.
반면 창원시는 상황이 달랐다. 2009년 통합 당시 지방세 수입은 5306억 원이었지만 2023년에도 8905억 원으로 6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진해군과 마산시는 성장 기반이 제한된 지역인 데다 조선·기계 산업 침체로 세수 기반이 약화된 탓이다. 그 결과 보통교부세는 2009년 2654억 원에서 2024년 7666억 원으로 189%나 불어났다. 교부세가 ‘재정 보전 장치’라는 점에서, 많다고 무조건 이익이고 적다고 손해라는 단순 논리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셈이다.
국책연구기관의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행정구역 통합의 재정효율성 성과 평가’에 따르면, 1995년 이후 전국 도농통합시와 비통합시의 교부세 증가율은 각각 9.4%, 10.4%로 사실상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도농복합시 특례가 교부세 규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대해 완주군은 해당 자료를 더 이상 외부 홍보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주민 이해를 돕기 위해 청주시 수치를 적용했지만, 오류 지적을 받아 이후에는 설명회 자료를 보완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공신력 없는 수치 남발이 주민 혼란을 키운다고 지적한다. 주상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교부세 증감은 지역 세입 구조와 성장 조건을 반영하는 지표일 뿐 단순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를 근거로 ‘통합 손실론’을 주장하는 것은 주민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