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자립도 꼴찌' 전북 기초단체들, 민생지원금 지급 괜찮나

부안·고창, 20만∼30만원 지급 약속…재정안정화기금 등 재원
현금성 복지 많으면 보통교부세 불이익…"자립도 바닥인데 과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정자립도가 전국 꼴찌 수준인 전북의 기초지자체들이 추석을 앞두고 1인당 수십만원의 민생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어서 '선심성 행정'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들과 소상공인들은 현금성 지원이 반갑겠지만, 지자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냐는 의문과 함께 '예산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21일 도내 지자체에 따르면 부안군은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모든 군민에게 1인당 30만원의 민생안정지원금을 추석 전에 지급하기로 했다.

부안에 주소를 둔 군민과 관련법에 따른 결혼이민자, 영주·일반 체류 자격을 취득한 이들에게 선불카드 형태로 지급한다.

소요 예산은 약 142억원이다.

군의회에서는 당초 1인당 50만원은 줘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한다.

앞서 고창군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1인당 20만원의 군민활력지원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소요 예산은 약 103억원이며 역시 추석 전 지급을 목표로 한다.

이들 지자체가 약속한 지원금의 출처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과 각종 사업비 조정이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세액감소 보전이나 지역경제 침체,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재해에 대응하고자 일반·특별회계, 각종 사업 예산의 여유 재원을 비축해준 기금이다.

정부로부터 받는 보통교부세 등을 쓰고 남으면 조금씩 떼어 보관하는 적립식 저축통장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

여러 예산이 이 기금으로 들어가다 보니 돈의 성격을 일일이 구분하기는 어려우나, 적은 지자체 세입 수준을 감안하면 정부 교부금의 비중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북도와 도내 기초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꼴찌 수준이다.

도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최하위인 23.5%로 전국 평균(43.2%)을 한참 밑돈다.

기초 지자체별로 보면 그나마 전주(22%), 군산(17.3%), 완주(16.1%), 익산(14%)은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으나 고창(9.5%), 부안(9.6%), 진안(6.7%) 등은 10%를 채 넘지 못한다.

재정이 어려운 지자체들이 현금성 복지를 늘리다 보니 행정안전부 차원의 제재도 있다.

행안부는 2022년 12월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현금성 복지 지출의 비중이 지자체 평균보다 높으면 보통교부세 산정 시 불이익을 주는 근거 규정을 만들었다.

세출 결산액 대비 현금성 복지 지출 결산액 비중이 중위 수준보다 낮으면 인센티브를, 높으면 페널티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개 지자체를 줄 세워 현금성 복지 지출 결산액이 50등 이상이면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민생안정지원금, 군민활력지원금의 이름으로 현금성 복지를 시행하는 도내 지자체들은 내년도 보통교부세 감소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안군 관계자는 "현금성 복지의 비중이 다른 지자체보다 많으면 페널티를 받을 수 있겠지만 경기 침체로 지역 소상공인들이나 주민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이 커 지원금을 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고창군 관계자 역시 "다른 지자체들이 우리보다 더 많은 현금성 지원을 하고 있다고 판단해 고창은 페널티를 받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현금성 복지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전례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자체 예산에 밝은 한 공무원은 "재정자립도가 10% 이하라는 것은 한 해 예산이 8천억원이면 자체 수입이 800억원도 안 된다는 의미"라며 "지자체 다수가 자체 수입으로 인건비조차 해결하기 버거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로부터 받은 보통교부세, 국비 보조금으로 지자체를 운영하는 게 현실인 상황에서 이런 현금성 복지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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