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했던 식품연구부서 조직과 인력의 수원 이전이 저지된 데에는 국토교통부의 초동 대응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농진청이 대통령령을 만들어 조직개편을 추진할 때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준 행정안전부, 법제처와는 달리 김윤덕 장관(전주갑 국회의원)이 있는 국토부는 이번 시도를 사실상 ‘수도권 재이전’으로 해석하고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만약 국토부가 이를 제때 바로잡지 않았다면 농진청의 조직개편안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채 전북은 눈뜨고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24일 국회와 전북특별자치도 관계자 다수에 따르면 농진청이 식량과학원 등 소속기관의 핵심 연구조직과 인력을 경기도 수원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전북자치도에 처음 알린 것도 국토부였다.
실제로 국토부 혁신도시정책총괄과는 전북도 정책기획관실에 농진청이 ‘농촌진흥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대통령령)’을 만들어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국토부는 특히 이번 조직개편안에 전북혁신도시에 있는 인력을 수원으로 이동시켜 자신들의 식품 연구 강화와 민간 식품연구기관과 협업을 강화하는 방안이 지자체와 협의없이 진행되고 있음에 문제를 제기했다.
도가 이 내용을 인지하게 되면서 실행만을 남겨두고 있던 농진청의 수원 이전 계획이 전면 중단되는 단서가 제공될 수 있었다.
도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토부가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인 농진청이 관내 광역자치단체인 도와 협의 없이 인력을 조정하지 못하도록 지자체와 이같은 사실을 협의하도록 유도했다”고 밝혔다.
김윤덕 의원실에 확인한 결과 국토부는 이에 더해 농진청이 조직개편안을 지자체와 협의 없이 강행할 경우 정부 부처 직권으로 이를 승인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농진청이 지자체나 지역 민심과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조직개편을 추진했더라도 국토부 차원에서 막혔을 것이란 의미다.
만약 국토부가 이를 제지하지 않았을 경우 농진청은 당장 오는 11월부터 단계적으로 전북혁신도시 인력 40여 명을 수원으로 이전시킬 예정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농진청 푸드테크소재과(전 기능성식품과)·식생활영양과 등 일부 조직과 직원을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수원에 잔류한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로 단계적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이다.
인력 이동이 완료되면 수원의 중부작물부는 폐지하고, 국립식량과학원 완주 본원에 신설되는 ‘기초식량작물부’와 ‘식품자원개발부’를 통합 운영하는 내용 등도 개편안에 담겼다.
이에 대한 국토부의 입장은 명확했다. 농진청 본사 기능의 수도권 재이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지방이전 계획’ 변경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진청과 같은 혁신도시 이전기관은 수도권 잔류 인원이나 시설 변경은 물론 본사 기능을 개편하면 자동으로 이는 ‘지방이전 계획’ 변경 대상이 된다.
이럴 경우 국토부는 실무 검토를 거쳐 지방시대위원회 심의 후 국토부 장관이 최종 승인해야만 조직개편이나 이동이 가능해진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공단에 독립된 공사를 설립하려 했던 것도 공사화를 통해 국민연금과 분리되면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을 수 있어서였다.
국토부는 농진청에 이 같은 우려를 표했고, 농진청이 오랜 시간 준비했던 이전 작업을 단념한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토부는 농진청에 “(혁신도시 공공기관이 인력이나 조직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 전)지자체와의 협의는 필수적”이라며 “지방이전계획 심의 시에도 부결 가능성이 높아 전북 잔류가 적절하다”고 권유했다.
아울러 만약 지방시대위 심의를 거치지 않고, 수원으로 이전 강행 시에는 정부의 기조에 역행한다고 판단해 공문 발송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했다.
농진청은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과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에 따라 지방이전 계획을 담당하는 국토부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
그 결과 식품연구 조직과 인력의 수원 이동을 취소했고, 수원에서 전주로 이전한 조직도 재이전하지 않기로 했다.
국토부 혁신도시정책총괄과는 이러한 과정 전부를 김 장관에 보고했다.
혁신도시정책총괄과 측은 “국토부 승인 없이 이전공공기관 일부 조직을 수도권으로 이전하지 못하도록 지속적인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다른 기관에서도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이전공공기관의 사후관리방안’을 통해 면밀히 살피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