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길어지는 무더위에 전통시장 상인들 커지는 한숨

상인들 "무더위에 손님 줄면서 매출도 크게 감소"
시 "상인회 의견 반영해 시설 개선 사업 추진 중"

3일 한산한 모습의 남부시장. 김문경 기자

“30년 넘게 이 자리에서 장사를 했지만, 올해 여름이 최악입니다.”

평년보다 더 무덥고 긴 여름으로 인해 전통시장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3일 전주시 완산구 남부시장. 상인들은 장사를 준비하느라 바빴다. 곧 시장 전체에 고소한 음식 냄새가 풍겼으나 손님들은 보이지 않았다. 몇몇 상인은 적극적으로 환영 인사를 하면서 손님 유치를 위해 노력했지만 근처를 지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평소 손님이 많이 찾아오는 점심 시간대였음에도 대부분의 점포가 한산한 상황이었다.

상인들은 무더운 날씨로 인해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20년째 전통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A씨는 “원래 같으면 1~2개월 만에 여름이 끝나고 9월부터는 손님들이 다시 많이 찾아오셨는데, 여름이 더욱 길고 더워지면서 유동 인구가 아예 사라져 버렸다”며 “매출이 평년과 비교해 30% 정도 줄었고, 다른 상인들도 이번 여름이 특히 어렵다고 호소한다”고 한숨지었다.

이어 “아무래도 전통시장은 평소 고령자분들이 많이 찾아주시는데 날씨가 워낙 덥다보니 나오는 것을 힘들어 하시는 것 같다”며 “처서도 지났는데 대체 언제쯤 시원해지는 건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30년 동안 수산물을 판매해 왔다는 B씨는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도 찾는 손님이 얼마 없다”며 “얼마 전 삼치 한 짝을 가져왔는데 상해서 모두 버렸고, 앞에 있는 오징어도 오늘 팔리지 않으면 버려야 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같은 날 방문한 신중앙시장과 모래내시장 등 전주지역의 다른 전통시장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무더위에 지친 몇몇 손님들은 물건을 잠깐 둘러보더니 시장 밖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이날 전주시의 최고 기온은 33도로 평년(29.7도)와 비교해 3도 이상 높았다. 

전통시장 상인회는 시장 내부 온도를 내리기 위해 통로 위에 아케이드 천막을 쳐 그늘을 만들고 냉방 기구를 가동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개방된 장소의 특성으로 인해 한계가 있는 상태였다. 

남부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서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 등 무더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며 “이상 기후를 대비하고 지속가능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점포들의 업종 전환과 대형마트와의 협업 등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전주시는 시장상인회와 협의를 통해 시설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주시 관계자는 “최근 극심한 무더위에 대응하기 위해 전통시장 상인회들의 의견을 수렴, 폭염 극복 방안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며 “남부시장과 신중앙시장은 쿨링포그 시스템을 설치했으며, 모래내시장은 아케이드 공사를 준비 중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년 시설 현대화 공모 사업을 추진 중이며, 관광객이 많은 남부시장의 경우 시장음식과 음료를 섭취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며 “상인회에서 제시하는 의견 중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