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예찬] 그땐 그게 전부였다- 인간관계편

송주현 전북대신문 문화부장

‘아멘’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지 못했을 때부터 친해진 친구들이 있다. 성당 유치부부터 시작된 친구들과의 인연은 벌써 18년이 넘어간다. 이들과 고민을 나누고 즐거움을 함께하며 바쁜 초중고 시절을 보냈다. 

재수와 진학, 취업 등으로 가는 길이 달라도 마음만은 서로 응원하며 여전히 인연의 끈을 이어오고 있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뭐 그리 바쁜지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것도 어려웠지만, 언제 만나도 어제 만난 듯 친근했다. 이들을 생각하니 벌써 마음이 편안해진다. 

대학에 들어와 보니 공모전 응시를 준비하는 동아리, 악기 하나를 다루며 합주하는 외부 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들은 여러 목적이 있었지만,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위함도 존재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중고 친구들에 멈춰진 내 인간관계가 너무 협소해 보여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인간관계 확장’이라는 분위기에 편승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찾았다. 이때 학내 중앙동아리에 가입하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바로 4개의 동아리에 가입했다. 명랑하고 사교적인 리트리버를 닮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람 좋아하는 인간’이기에 학기 초에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모두의 친구’가 되겠다는 첫 마음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전북대신문사 학생 기자와 학과 학생회 총무부장 활동을 더 하며 책임질 일들이 늘어났다. 이는 개인 시간이 줄어든다는 말과 같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저런 상황에 지쳐 있을 무렵, 옛 친구들을 만났고 그들은 내 긴 푸념을 묵묵히 들어줬다. 그저 그런 조언도 ‘네가 문제’라는 말도 오가지 않았다. 울고 웃으며 대화를 나누자 마음이 한결 개운해졌고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이후 다시 ‘편한 사람’, ‘익숙한 사람’들과 만남을 이어가며 인간관계 확장에 대한 욕심도 내려놓게 됐다. 

편한 사람과의 만남을 선호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한국리서치의 인간관계 인식 조사에서 ‘넓은 관계보다는 소수의 친구와 깊은 관계를 선호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83%가 ‘그렇다’고 답했다. 하버드대학의 ‘행복의 핵심 관계 연구’에서도 장수와 정신적 행복을 위한 중심 요소로 부, 명예, 지능보다 정서적 유대, 신뢰, 따뜻함 등 인간 간의 좋은 관계라고 강조한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을 알고 있다는 것은 큰 자산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여러 생각을 할 기회를 준다. 더불어 공모전에 출전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함께 성장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만나는 사람만 만나며 생활하고 있는 것을 ‘문제’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얕은 관계의 100명보다 내 문제를 자신의 문제처럼 걱정하고 고민하는 친구 한 명이 인생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니 말이다. 핸드폰에 저장된 수많은 연락처 중 정작 편하게 전화할 수 있는 번호는 몇 개나 되는지 생각해 보면 결론은 더욱 간단할 것이다.

바람이 불고 폭우가 몰아치고 눈이 내린 수십 년, 변함없는 모습으로 자리를 지킨 교정의 소나무가 보인다. 나는 오늘도 그 소나무를 닮은 내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간다. 

송주현 전북대신문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