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나이-김영진

세월을 

주름잡아

구김살 없이

다려놓은 햇볕.

 

조용히

강물 따라

흘러갔는데

눈 떠보니 바다.

 

 △ 200년대 초반에 발생한 ‘민조시’는 우리 전통 시가를 발전적으로 확장한 것이다. 3, 4, 5, 6(3+3, 2+4)의 18자로 만들어진 시가문학이다. 음수율을 엄격히 지키되 내재율을 살려 쓰는 장르다. 요즘 현대시에서 거의 사라져가고 있는 마침표도 반드시 찍어야 한다. 민조시의 ‘노래(歌)는 얼마든지 여지가 있다.

 “조용히/강물 따라/흘러갔”다는 말은 세월이 주는 의무와 책임에 순응하며 살았다는 말일 것이다. 어느 순간 정신 차려보니 “바다”에 도착했다는 시적 화자는 한 소식을 깨닫고 이제는 고요하고 넓은 정신을 갖게 되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작품의 “바다”는 우리가 도달하고야 마는 생의 궁극이다./ 김제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