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의회, 전주시의회, 고창군의회 등 도내 11개 지방의회의 해외연수 비용 부풀리기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항공권 과다 계상, 숙박비 과다 산정 등 고의적으로 예산을 부풀린 사례들이다.
의원들의 자기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여행경비를 부풀리는 경우가 만연했고, 이는 의원들의 요청이나, 지시 등으로 연수비 산정을 해왔다는 것이 의회 사무부서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이른바 ‘페이백’이다. 실제 항공료보다 많은 금액을 여행사에 지출하고, 높게 책정된 연수 비용 중 일부를 되돌려 받아 의원들에게 되돌려 준 사건이다.
전북도의회는 비즈니스 항공권으로 출장비를 청구하고 실제로는 가격이 훨씬 낮은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는 방식 등으로 차액을 남겼다. 전주시의회도 실제 항공료보다 많은 금액을 여행사에 지출하고 높게 책정된 연수비용 중 일부를 의원들에게 현금으로 되돌려 준 의혹을 받고 있다.
얼마나 치졸한 짓인가. 과다계상, 허위청구를 통해 지방의원들이 시민혈세를 챙긴 것이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묻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그러려면 이 사건의 본질을 파헤쳐 발본색원해야 한다.
그런데 공무원 조직의 불만이 심상치 않다. 경찰이 고창군의회 직원을 검찰에 송치하자 “의원은 손도 못대고 말단 공무원만 죄를 묻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연수 비리는 사실상 의원들의 지시로 이뤄진 사건인데 공무원만 범죄자로 재단한다면 어불성설이다.
당연한 지적이다. 의회사무국(처)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이런 불법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의원과 사무국(처) 간 짬짜미, 또는 의원들의 요청이나 암묵적 지시에 의한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이런 정황에 맞는 수사결과를 내놔야 맞다. 연수비용 과다 책정 등의 사무를 집행한 공무원도 면죄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것이 본질일 수는 없다.
사건의 본질은 페이백을 염두에 둔 의원들의 요구나 지시, 암묵적 강제 행태다. 경찰은 이런 행태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사무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무능 수사를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자 눈 가리고 아옹 하는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