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새만금 신항만 배후부지, 국비 전환 기로

7817억 원 규모 배후부지(285만㎡)·4선석, 여전히 민자 100% 추진
2026년부터 이차전지 80개 기업 17조 원 투자…물동량 폭증 불가피
정부 “운영 후 지원 검토”…매립 완료 뒤 착공 땐 2035년 전후로 지연

새만금신항만 배후부지 현황도./사진=전북도

새만금 신항만 배후부지 조성이 내년 개항을 앞두고도 여전히 조성비용이 ‘민자 100%’ 구조에 묶여 있다.

당장 내년부터 이차전지 기업들의 본격 가동이 시작되면 수출입 물동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민간 투자가 부족해 배후 부지와 추가 선석이 제때 확보되지 않으면 물류 처리에 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 연말로 예정된 해양수산부의 ‘제3차 신항만 건설 기본계획 변경’에 재정전환이 반영되지 않으면 예산 확보 자체가 늦어져 최소 10년 가까운 시간을 허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8일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새만금 신항만은 2026년 하반기 개항을 목표로 현재 1-1단계 접안시설 2선석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1-2단계 접안시설 4선석(2642억 원)과 배후부지 285만㎡(5175억 원)은 민간 자본이 투입돼야 조성할 수 있는 구조다. 총 사업비는 7817억 원이다.

이런 가운데, 바로 뒤 새만금산단에는 22개 이차전지 기업이 10조 원 투자를 확정했고, 전체적으로는 80개 기업이 17조 원을 약속한 상황이다.

이들 기업은 2026년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가지만 현재 조성 중인 2선석만으로는 원자재 반입과 완제품 수출을 감당하기 어렵다. 기업들이 입주를 앞둔 시점에서 배후 부지와 물류 기반이 늦어진다면 투자와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헤양수산부는 항만 공급 과잉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산업화 시기에는 국가가 먼저 투자했지만 지금은 유휴 항만이 많기에 새만금 신항만은 운영 결과와 수요가 확인된 뒤에야 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이 같은 정부 기조로 인해 개항 시점과 배후부지 기반 확충이 어긋날 경우, 기업 투자와 수출입 물류에 큰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배후부지 매립이 끝나는 2028년 이후에야 재정 전환 논의가 가능한데, 그때부터 기본계획 변경, 예산 편성, 국회 심의와 집행 절차를 밟으면 실제 착공은 빨라야 2035년 전후가 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배후부지 개발이 10년 이상 지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만금 신항만은 바닷길·하늘길·육상 물류가 결합된 이른바 ‘트라이 포트’ 입지다.

도는 이 강점을 살려 배후부지를 조기에 조성하면 새만금이 글로벌 제조·수출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이번 기본계획 변경에 국비 전환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치·정책 환경도 뒷받침되고 있다. 지난 5월 해수부 중앙항만정책심의회가 ‘새만금항’ 무역항 지정을 의결하면서 법적 위상을 확보했다. 이는 새만금항이 국가 항만 체계 속에 공식 편입됐다는 의미로, 향후 국비 지원 논리에도 힘을 싣는 결정으로 평가된다.

또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가 새만금을 직접 찾아 현장을 점검했고, 이 자리에서 김관영 지사가 새만금 신항만 배후부지에 대한 재정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이재명 정부가 새만금 조기 완성을 국정과제로 삼고, 실제 2026년도 새만금 관련 예산을 전년보다 크게 늘린 점도 전북에는 호재로 꼽힌다.

도는 이러한 정무적 환경을 최적의 기회로 보고 요구 규모도 확대했다. 당초에는 1-1단계(2선석) 기반시설 전환만 요청해 2056억 원 수준이었으나, 이번에는 1-2단계(4선석)까지 포함해 총 3119억 원의 민자사업을 국비 사업으로 변경해 달라고 건의했다. 전체 사업비 7817억 원 가운데 우선 전환을 요구한 금액이다.

도 관계자는 “항만 인프라를 먼저 깔아야 기업이 들어오고 물동량도 생긴다”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처럼 시간을 허비하다가는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기업 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배후부지를 조성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