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인물] 호남권 최초 코스트코 부지 제공, 이성식 (유)삼학콘크리트 회장

수십 년 보금자리 선뜻 내놓은 통 큰 결단 덕분에 좌초 위기 모면
수많은 우여곡절 속 지역 발전 염원하는 마음으로 포기 않고 결실

이성식 (유)삼학콘크리트 회장이 전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스트코 부지 계약체결 관련 소회를 밝히고 있다./사진=송승욱 기자

거대한 글로벌 유통기업 코스트코가 드디어 호남 땅을 밟는다.

전 도민적 관심과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노력 끝에 힘겹게 거둔 값진 결실이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건은 단연 부지 확보였다.

당초 계획이었던 익산 왕궁물류단지 조성이 무산되면서 좌초 위기에 처하자 익산시는 3~4곳의 대체 부지를 제안했다. 하지만 부적합 통보를 받자 급기야 정상 가동 중인 익산IC 인근 삼학콘크리트 부지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수년간에 걸친 설득과 협의 끝에 계약이 마침내 성사됐다.

이는 이성식(78) (유)삼학콘트리트(범창산업) 회장의 통 큰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역 발전을 위해 지난 수십 년간 지켜 온 보금자리를 선뜻 내놓은 그를 만나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드디어 코스트코 익산점 유치가 이뤄졌습니다.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해 온 공장 부지를 내놓는 결단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사실 많은 어려움이 예상됐습니다. 공장 운영 계획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것은 물론, 현재 수준의 공장 부지를 찾는 것도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공장 운영이나 토지 가치 하락 등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지역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우리 회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파급력을 갖고 있는 기업을 개인의 영리 때문에 거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창업주이신 선친께서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돈방석에 앉게 됐다는 식의 특혜 의혹이 일기도 했는데요. 허심탄회하게 한 말씀 주신다면.

“하나의 공장 부지를 절반으로 나누는 것은 그 토지에 대한 효용가치가 축소된다고 봐야 합니다. 특히 규모가 큰 공장들은 토지 매매가격을 떠나 아예 맞는 부지가 없어 입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계약 조건에는 공장 이전이 포함돼 있는데, 이전 비용을 주는 것도 아니고 잔여 공장 부지를 매입해 주는 것도 없이 정해진 기간 내에 공장을 이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부지 매각 및 신규 이전 부지 매입에 따른 각종 세금과 공사비 등을 부담해야 하고 해당 지역주민들과 협의 등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며 정해진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 합니다. 도로망 등 현재의 위치 정도 되는 지역에 3만 평 이상을 확보해 이전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돼 당초 결정을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밖에서 단순히 바라보는 시각은 내부에서 판단하고 있는 실상과는 너무 많은 괴리가 있습니다.”

 

△협상이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 미국계 기업 코스트코 측과의 실제 협상 과정은 어땠나요?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처음 받은 계약서는 국내 유명한 로펌에서 작성했는데 62페이지에 걸쳐 수많은 조건들이 나열돼 있었고, 그중에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조건들도 많았습니다. 협상 중이던 지난해 5월경 미국 본사 경영진들이 현지를 방문한 후 추가 조건을 제시했는데, 그중에는 우리 회사에서 할 수 없는 조건들도 있고 심지어 법적으로 불가한 조건들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산시의 중재로 수차에 걸친 협의를 거쳐 천신만고 끝에 매매계약이 이뤄진 것입니다.”

 

△계약체결이 당초 예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조건별로 한국에서 절충이 끝나면 미국 본사 최고 경영진에게 보고하는데, 보고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수정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반복적인 절차를 따라야 하는 시스템 때문입니다. 이미 별도의 주변 토지 매입이나 용역비 등 30억 원 이상이 투자된 상황에서 황당한 조건들을 추가적으로 요구해 올때마다 여러 차례 포기하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회사 때문에 무산됐다는 얘기는 절대 듣지 않겠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했습니다. 익산시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뚝심 있게 뒷받침해 줘 하나씩 하나씩 난제들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역 대표적 상공인으로서 코스트코 입점에 대해 어떤 생각 갖고 계신지요.

“호남은 다양한 농산물이 대량으로 생산되지만 지역민들의 생활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곤한 상태입니다. 익산에는 전국 유일의 국가식품클러스터 단지가 있고 그 인접에 코스트코가 자리하게 됐습니다. 코스트코 입점이 지역 농산물의 새로운 판로가 형성되는 계기가 되고 지역과 더불어 상생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입점을 위한 여러 행정절차와 공사가 남아 있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익산시의 역할도 중요한데요.

“모든 계약 조건들은 기한을 두고 있고, 정해진 기한 내 이행하지 못할 경우 회사의 존립 자체까지 위협하는 조건도 있었습니다. 행정을 믿고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전북도나 익산시와의 절대적인 협력이 절실합니다. 아울러 코스트코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각종 인허가 절차가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스트코가 입점하게 되면 현 공장 주변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코스트코 이용객은 광역권입니다. 따라서 유동인구가 늘고 관광이나 지역경제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도시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일조했다는 점, 익산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정말 큰 보람입니다.”

 

△삼학콘크리트는 지역을 대표하는 콘크리트 전문 제조업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선친께서 1947년도에 송학동에 근거를 두고 창업하셨고, 이후 이곳으로 1983년도에 이전해 송학동에서 36년, 이곳 왕궁에서 43년 등 총 79년을 이어 오고 있는 지역 대표 향토기업입니다. 특히 동종업계 중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입니다. 제가 기업을 물려받은 지는 올해 52년째인데, 지금의 회사를 혼자의 힘으로 이루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각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우리 회사에 마치 큰 특혜를 줬다는 식으로 자기들만의 생각과 판단으로 호도하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협의 과정에서 회사가 수용할 수 없는 조건들을 계속 요구하고 있는 와중에 특혜까지 운운하는 것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입점이 무산될 경우 주민들의 실망감과 지역에 대한 박탈감이 큰 압박으로 다가왔습니다. 뭐하나 하려면 의심부터 하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풍토는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이성식 회장은

이리농림고등학교와 전북대학교 농과대학 수의학과를 졸업한 이성식 회장은 지난 50여 년 동안 콘크리트 전문 제조업체인 삼학콘크리트를 이끌어 왔다.

환경, 안전, 건강과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으로 최고의 제품 및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자율안전보건시스템을 통해 무재해 사업장을 구현하고 경영 이익 확대를 통한 지역 고용창출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그동안 한국시멘트공업 협동조합 감사, 전북시멘트공업 협동조합 이사장, 익산상공회의소 부회장, 민주평통자문위원, 법무부 익산지구 보호관찰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유)삼학콘크리트와 (유)범창산업의 회장을 맡고 있다.

 

대담=엄철호 기자/정리=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