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을 어루만지는 바람결이 사뭇 다르다. 몇 차례 비 끝 폭염의 기세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 흔들림 사이를 단단하게 붙잡는 도서전, 책의 시절이 왔다. 지난 8월 30~31일 작년 이어 두 번째 만에 1만여 명 가까운 입장객으로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는 ‘군산북페어’가 열렸다. 책과 문화를 연결한 독특한 감성여행으로 자리매김하며 성황을 이뤘다는 평가다. 이어 9월 5~7일 주말에는 ‘전주독서대전’이 폭염과 큰비를 무릅쓰고도 무사히 진행을 마쳤다. 도내 큰 책 축제가 연달아 열리며 새 계절 가을을 열고, 책의 호시절을 부르고 있다. 마음의 양식을 맘껏 누리며 한편 떠오르는 아쉬운 마음, 이 두 큰 축제에 도내 동네 책방, 우리 지역 출판사, 우리 문화, 예술, 역사, 생태, 사람과 이야기의 살림과 살이를 담은 책의 모습이 도드라지지 않은 것이다.
조금 색다른 도서전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엊그제 9월 12~14일 청주에서 열린 ‘제9회 한국지역도서전’이다.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는 서울 수도권, 문화로든 산업으로든 <책>의 집중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출판의 거의 모두가 파주출판도시를 포함한 서울 수도권에 몰려있다. 그 밖은? 서울 수도권 말고도 사람이 사는 것처럼, 출판도 수도권 바깥에서 어울려 잘 살고 있다. 그 지역출판사들이 일년에 한번은 서로 모여, 한 일년 또 어떻게 버텨왔는지 생사 확인하는 자리로, 도서전을 열고 있다. ‘지역도서전’은 지역출판사들이 모여 그동안 펴낸 책들 모아서 사람 안부, 책 안부를 나누는 지역출판 축제 마당이다.
지역도서전은 2017년 제주에서 첫걸음을 떼었다. 지역마다 사라져가는 이야기들을 그러모아 어렵사리 지어낸 책들을 모아 전시도 하고 그 책을 편집한 편집자, 저자들의 이야기도 듣고 하는 자리로다. 해외 지역도서전의 사례며, 우리 지역 책들의 탄생 비화에, 지역출판 활성화를 위한 정책제안의 자리도 챙긴다. 지역도서전의 중심축은 <천인독자상> 수여에 있다. 한사람이 1만 원씩 천명의 독자가 상금을 모아, 온 나라 지역 곳곳에서 펴낸 책들 가운데 뜻 좋고 생각 좋고 맵시 좋은 책들 뽑아 격려하는 뜻깊은 상이다. 첫해 천인독자상 공로상에 책마을해리(도서출판기역)가 펴낸 그림책 <돌그물>이 선정되기도 했다. 이 지역도서전은 다음 해 수원에 이어 고창, 대구수성, 춘천, 광주동구, 부산수영, 대전유성을 거쳐 올해 청주에 이르렀다. 중간에 낯익은 지명, 세 번째 지역도서전은 고창이었다. 고창 책마을해리 공간과 마을 고샅, 갯벌에 책 공간을 펼쳐 보였다. 사람이 숨을 이어 살아가듯 책도 우리 가까이에서 숨을 멈추지 않고 살고 있다는 의미로 ‘지역 산다, 책 산다’를 주제로 삼았다.
올해 열린 청주도서전은 지역 행정과 문화예술 중간지원조직의 도움 없이 오롯 출판단체와 청주지역 시민이 힘을 모아 준비한 도서전이다. 청주에서 책을 사랑하는 민간의 힘으로 치러낸 온 나라 지역책들의 향연을 지켜보면서 우리 지역에서 지역 사람들 천 명의 뜻과 힘과 참여로 치르는 작지만 의미심장 책의 잔치를 꿈꿔본다. 도내 곳곳 동네 책방들이 저마다 독특한 큐레이션으로 어우러지고, 어렵게 명맥을 이어가는 소소한 지역출판사들의 책이 적어도 우리 도민들에게 꼬박꼬박 선을 보이는, 우리 ‘전북을 담은 책의 향연’을 말이다.
이대건 고창 책마을해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