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 상생에 앞서 군산항 활성화가 우선이다.

상생(相生)이란  여럿이 서로 공존하면서 살아감을 이르는 말이다.  윈-윈(win-win) 이다. 

내년 새만금항 신항(이하 신항)의 개장을 앞둔 시점에서  군산항과의 관계 설정를 놓고 '상생' 이 자주 거론된다.   

신항이 개장되더라도 군산항과 함께 윈윈하면서 항만이 운영돼 전북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산항의 처참한 상황이 지속되고 신항이 처해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과연 현 시점에서 2개 항만의 상생은 기대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우선 군산항의  상황을 살펴보자.

심각한 토사매몰에 따른 낮은 수심으로 항만 곳곳에서 운영에 파열음이 나고 있다.  1∼7부두까지 계획수심을 만족하는 곳이 없어 부두마다 준설요청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등 난리 법석이다.

항로는 물론 선석 수심까지 낮아 선저가 바닥에 닿고 접안 선박이 미끌어지는 현상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매년 쌓인 토사로 하상은 높아져 대형 선박들의  기항 기피와 취소가 부쩍 잦아지고 있다. 

입항 선박의 항만 업무를 대리하는 해운 대리점들은 선박의 안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등 불안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제여객선은 생명인 정시성(定時性)을 잃어버리고 물때에 맞춰 운항해야 하는 웃픈 현실과 직면하고 있다.   민자로 건설된 돌핀부두은 1년에  2번씩 준설해야 겨우 가동된다.   해당 기업들은 공연히 매년 수십억씩 준설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심해지면서 군산항은 전국 물동량의 1.4%만을 취급하고 있으며 입출항 선박수도 전국의 2%대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준설 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쥐꼬리만한 예산으로 매년 토사매몰량의 1/3정도만 준설하고 있을 뿐이다.     

 상시준설체계구축이 현안으로 대두됐지만 해결에 나서는 정치인이나 행정기관이 없다.  해결 시늉만 있다.  그러는 사이 군산항은  가쁘게 숨을 몰아쉬면서 폐항까지 거론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신항은 어떠한가.

 5만톤급 2개선석을 운영한다고 부두운영회사의 선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비웃음만 사고 있다.  준비도 제대로 안된 항만의 운영을 밀어붙이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문제점이 많다.  관할 행정구역조차 결정돼 있지 않다.  내년 항만운영과 관련,  배정이 확정된 신규 공무원은 1명뿐이다.  항만 배후 부지는 언제 조성될 지 알 수조차 없다.  강한 남서풍의 대비책은 없다.  정온도 확보가 불안하다.  부두규모에 비해 야적장은 턱없이 비좁다.... 

향후 부두건설 등이 민간 투자에 의존하도록 계획된 신항의 안정적인 항만운영까지는 갈 길이 멀다. 

문제는 이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군산항이 망가지는 한편 신항의  원활한 항만운영 시기마저 불투명,  전북의 항만경제가 암흑기로 접어들지 않을 까 우려된다는 점이다.  

현 시점에서 군산항과  신항과의 상생을 거론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다.   침몰하는 군산항을 살리는 게 우선이다.  군산항이 죽어가는 마당에 '상생'과 '윈윈'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군산항이 활성화되고 신항의 운영도 원활해 질 때 비로소 2개 항만은 상생할 수 있다.  상시준설체계의 구축을 통해 쇠약해 진 군산항의 기력회복에 정치력과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