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용기를 건네는 송경숙 시집 '시간의 강 위에 핀 꽃'

능소화, 민들레, 닥나무 등 활용해 생명의 신비로움 노래
슬픔을 끌어안으며 인간의 상실 담은 78편의 시 수록

송경숙 시인/사진=신아출판사 제공 

계간 표현으로 등단한 송경숙 시인의 첫 시집 <시간의 강 위에 핀 꽃>(신아출판사)이 출간됐다.

자연을 향한 진득한 응시와 인간에 대한 웅숭 깊은 탐색으로 빚어낸 이번 시집에는 송 시인이 독자에게 건네는 ‘조용한 용기’가 담겨 있다. 

시인의 시는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그리움과 서글픔을 정갈한 언어로 형상화한다. 78편의 시들은 환상과 현실을 부지런히 오간다. 능소화, 민들레, 닥나무 같은 소재를 활용해 생명의 신비로움과 모성을 노래하고, 슬픔을 끌어안으며 인간의 상실과 애환을 담담히 읊는다. 시인이 끈기 있게 써내려간 서정의 세계는 따뜻하고 선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시집 '시간의 강 위에 핀 꽃' 표지/사진=신아출판사 제공 

“오늘이 내 생일이야/누군가의 축하를 기다리다/깜박 잠이 들었어/꿈속에서 혼자 흐느끼고 있었지//한 때는/나의 뜨거운 숨결을 느끼려/줄을 서서/사람들이 나를 찾아 왔었어//(…중략…)//사람들 손엔 뭔가 들려 있어서/아무도 나에게 귀 기울이지 않았어" ('공중전화' 부분)

시인은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그리운 이들에게 편지를 띄운다. 궁핍하고 모질었던 생애와 평화롭던 순간들을 추억하기도 한다. 그렇게 살아온 세월을 돌이켜보며 인간과 자연, 사물과 사물이 교감을 이루는 조화로운 풍경 속에서의 삶의 존재를 파고든다. 

평론가 소재호는 해설에서 “송경숙 시인의 시는 맑고 깨끗한 소녀적 정서를 노래하면서도 인생철학을 내재한다”며 “그의 시에서 진실은 서늘한 논변이 되고 목소리는 카랑카랑하게 울려 퍼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성의 대량 방출은 절제하여 가만히 그리움이나 서글픔 정도의 정조로 시의 맥을 이끈다”고 덧붙였다. 

완주에서 태어난 송 시인은 현재 신아문예작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