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청년들] (중) 1명이 40명 관리, 직원들 '녹초'

직원 1명이 40명 가까이 관리…도내 유일 은둔청년 지원센터 인력난
3주 합숙 프로그램 큰 호응에도 인력 없어 프로그램 재개는 불투명
직원들 “몸 여러 개였으면”하소연…경력·호봉 인정 안돼 열악한 처우

'은둔형 외톨이' 고립 청년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지도 벌써 3년째.  각종 수치나 통계가 '위험 수준'을 가리키면서 이들을 지원하는 전문 기관까지 생겨났지만,  현장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본보가 오는 20일 청년의 날을 맞아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실무자의 이야기를 듣고, 지원 현장과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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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에서 유일하게 은둔 청년을 지원하는 전북청년미래센터가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립 청년을 사회로 이끌기 위해서는 긴 호흡과 밀착 관리가 필수지만, 현실은 이를 감당할 현장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편지도 써 봤는데, 아직 답장은 없어요.”

이희범 전북청년미래센터 은둔청년팀장은 고립·은둔 청년과 연락하기 위해 직접 자필 편지를 쓴 적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상담 신청 한 줄을 받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그는 “몇 달 동안 문을 두드린 끝에 부담스럽다면 센터 통하지 말고 나랑만 이야기하자고도 해 봤다. 아직 제대로 된 답변은 받지 못했지만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18일 기준 전북청년미래센터 은둔청년팀에는 직원 6명이 근무 중이다. 지난 1년간 발굴한 도내 은둔 청년은 총 577명, 이중 241명이 센터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직원 1명이 40명을 관리한 셈이다.

전북청년미래센터가 진행한 합숙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함께 장을 본 후 냉장고를 정리하고 있다. 전북청년미래센터 제공

인력난은 프로그램 운영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센터는 올해 초 고립 청년들을 대상으로 3주간 합숙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숙식을 함께하며 정서적 지지와 관계 형성을 유도한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한 참가자는 “지금까지 이해받는다는 느낌을 한 번도 못 느꼈는데, 여기서 처음으로 경험했다”며 “이곳에서 만난 참가자들과 지금도 주기적으로 만나며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이 재개될지는 미지수다. 합숙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안전과 원활한 운영을 위해 직원이 상주해야 하는데, 기존 업무에 더해지다 보니 인력 소모가 극심한 상황이다. 특히 같은 성별의 직원이 머물러야 하다 보니 실제 가용 인력은 6명보다 더 줄어든다.

이 팀장은 “이 일은 단순 상담이 아니라, 전화 한 번 주고받는 데도 몇 달이 걸리는 사람들과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쌓아가는 일”이라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인력과 예산의 지속적인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 이 자리는 지금 경력·호봉 인정이 안 된다. 고립 청년을 다루다 보니 자격 요건은 까다로운데, 처우가 맞지 않으니 자리가 나도 빨리 채워지지 않는다”며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인력은 계속해서 빠져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