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현재 최대과제는 지속 성장하는 것이고 그 토대는 균형발전이다.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수도권 집중이 일어나면 수도권은 미어터지고, 지방은 소멸해가는 문제가 생겨 대한민국의 지속성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지난 9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 발언이다. 맞는 말이다. 이는 지난 2021년 경기도지사 시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지원 발언의 수정일 수 있다. 있는 데가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지는 지는 법이다.
대한민국은 전국토의 12%에 불과한 지역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살고 1000대 기업 90%가 몰려있는 수도권 공화국이다. 이는 지방소멸의 원인이자 결과다. 그렇다고 수도권 주민이 잘사는 것도 아니다. 삶의 만족도가 전국 평균 이하다. 겉으론 풍족하나 속은 빈 사회다. 그도 그럴 것이 태반이 강남거지다. 현금 유동성이 없어 밥값은 시골쥐 몫이다. 수도권 몰락은 대한민국 몰락을 자초하는 자살행위가 아닐 수 없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설상가상이다. SK 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도합, 500여 조원이 투자되는 용인 산업단지는 1140만 평방미터로 여의도 4배, 축구장 1600개 규모다. 고용인원은 직접 고용만 11만명이고 협력사와 생태계를 포함하면 30만 명 이상을 전망한다. 이재명 대통령 말대로 수도권은 미어터지고 10만 정읍시와 30만 익산시는 유령도시가 될 터이다. 대한망국으로 돌격하는 용인 부대를 이대로 용인해도 되는걸까?
기후위기로 인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인류 생존의 문제다.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로만 제품을 만들겠다는 RE100 선언은 생존 전략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작동하려면 16기가와트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 1기와트는 원전 한개 용량이니 원전 16개 필요하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 전력의 1/6을 차지한다. 수도권 재생에너지 공급을 위해 전북특별자치도 14시군에 송전선로가 지나간다. 정읍은 8개 선로가 모이는 송전선로 터미널이다. 수도권과 대기업을 살리자고 전국토가 유린되고 전북특별자치도가 초토화될 터다. 미친 짓이다.
정부는 지난 9월16일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라는 국가비전 아래 5대 국정목표, 23대 추진전략, 123대 과제를 제시했다. 전자는 내란종식으로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것이다. 후자는 지역균형발전을 통한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자면 수도권 수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첫 단추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의 재고가 아닐 수 없다.
지산지소에 답이 있다.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에너지 선진국의 분산에너지 정책이다. 얼마전 이원택 국회의원은 '재생에너지 지역 우선 공급' 조항을 신설한 전기사업법을 개정 발의했다. 죽어가는 지역을 살리려는 인공호흡법이다. 2023년 6월 제정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으로 내년부터 차등요금제가 실시된다. 생산지에서 멀어질수록 가격이 비싸다. 차등을 많이 주면 삼성전자는 오지 말래도 새만금 RE100 산단으로 오지 않을 수 없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돈은 돈으로 움직이는 법이다.
지산지소는 관습헌법의 수도권 공화국에서 탈피, 지방을 살려 대한민국 좌초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줄 천우신조다. 또한, 송전선로 최소화로 고향산천의 아름다움을 미래세대에 물려줄수 있어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초고압 송전선로대책 특별위원장 염영선